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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굳건한 신념? 또는 옹졸한 마음?

beautician 2018. 11. 14. 10:00



굳건한 신념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실로 만만치 않고 그래서 간단치도 않습니다

굳건한 신념을 가졌다는 것은 자신만의 강고한 세계관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절대 나쁠 리 없는 일입니다


지만 세계관의 형성이란 그 세계를 떠받치는 주요 전제 몇 가지를 우선 수긍하고 들어가야만 가능한 것이죠

그 전제를 이야기 상대방이 수긍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대화는 매우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의 세계관이 '노무현 정권 당시 경제정책은 철저히 실패했다'라는 전제 위에 성립한 것이라면 그 당시 경제가 실패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는 사람과는 주장만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 자체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고 거기 어떤 타협의 여지가 있긴 어렵습니다


그런 세계관의 전제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은 불법이라는 믿음.

이승만은 건국의 아버지이고 박정희는 경제성장을 주도한 위대한 지도자라는 믿음.

북한은 뭘해도 그 배후엔 악의가 숨어 있으리라는 믿음.

뭐, 이런 것들 말입니다.

그 반대의 진영에도 굳건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아집들이 있을 터입니다.


그들과 타협이 어렵다는 것은 굳건한 신념을 가진 만큼 고집과 자기주장이 더 없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부러질지언정 칡넝쿨 얽히듯 상대방 주장을 포용하거나 가능성을 인정해 줄 리 없으니 말입니다.


진보가 분열로 망한다는 건 각자가 가진 세계관이 사실을 각각 얼마간의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공동의 적이 파멸한 후 함께 싸운 동지들의 마음 속 신념의 온도차를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굳건한 신념, 곧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옹졸한 고집 때문이죠. 이러한 일반화에 대해 너무 하다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난 그런 이들을 얼마든지 보았습니다. 


자카르타에서 사상 처음으로 진보의 기치를 들고 나선 이들.

제발 투쟁으로 시작하기보다 유연함과 넓은 포용력으로 상대편을 대하길 바랍니다.

유연함은 변절이 아닙니다

김무성, 김문수, 하태경처럼 완전히 돌아서서 예전의 자기 부류들을 비난하고 핍박하는 것,

변절은 그런 것이죠.


유연함은

변절이 아닙니다.


그리고 굳건한 세계관과 가치관의 기반이 옹졸함과 편협함이어서도 안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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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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