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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스크랩]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본문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 할게요.
2018-04-18 12:54
며칠 전 우연히 페북에서 이런 글을 봤다.
지속 되는 국가적 재난 중 어째서 세월호만 유난이냐는 목소리였다.
자칭 우파 여신이라는 분 인간의 글이었다.
이 글을 보고 내가 다 화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한참을 울었다.
사람들 참 잔인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생각했다.
나는 삼풍사고 생존자니까
삼풍사고와 세월호는 어떻게 다른지,
어째서 세월호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지.
내가 직접 말해줘야겠다고,
먼저 삼풍사고는 사고 직후 진상규명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참담하고 비통한 얼굴로 머리를 조아렸으며
피해 대책 본부가 빠르게 구성되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또 당시 조순 서울시장은 내가 입원해 있던 역삼동의 작은 개인 병원까지 찾아 와 위로 했으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뉴스에서는 사고의 책임자들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구치소로 수감되는 장면이 보도되었고
언론들은 저마다 삼풍사고 붕괴원인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에 관한 심층 보도를 성실히 해 주었다.
물론 사고 관련 보상금도 정부의 약속대로, 사고 후 일 년 쯤 지나자 바로 입금 됐다.
덕분에 당시에 나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완벽하게 납득할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벌어진 세월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그때와 사뭇 달랐다.
어쩐일인지 세월호 관련해서는 진상조사는 고사하고
정부와 언론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 조작,축소, 시키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제대로 된 관련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삼풍 때는 부실건물 인허가 내준 공무원들도 싹 다 처벌 받았다)
사고가 난 후 한참 뒤 어디서 뼈다귀 같은 것을 찾아 와.
옛다 이게 세월호 선박주 유병언의 유골이다. 됐냐.
그러니 이제 그만 하자는 투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자.
기자회견장에 억지로 등 떠밀려 나온 것 같은 얼굴의 503은
눈물이 흐르는 모양새를 클로즈업 해가며,
방송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 불쌍하지 않아? 나한테 무얼 더 원해, 이제 그만해'
그뿐인가, 어버이 연합을 비롯한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광화문에 나 앉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아이들의 죽음을 빌미로 자식장사를 한다고도 했다.
이쯤에서 잠깐,
돈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나는 이런 종류의 불행과 맞바꿀만한 보상금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물론 번번이 미수에 그쳤지만, 그간 공식적으로 세 번이나 자살 기도를 했다.
한순간 모든 것이 눈앞에서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본 후로
나는 세상에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게 됐고
언제나 죽음은 생의 불안을 잠재울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 일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말한다.
세월호는 기억 되어야 한다고,
진실은 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으니
절대로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고.
영원히 잊지말자고.
오히려 나는 당신들에게 되묻고 싶다.
어째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는거냐고
정권을 교체 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은게 뭐가 잘못된거냐고
가해자중 아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이 일을 그만 둬야 하냐고 따져 묻고 싶다.
또, 단지 당신들 보기에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한 날 생떼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가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걸
대체 왜 참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묻고 또 묻고 싶다.
그것이 인간이 인간으로써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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