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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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포스트] 게시글 지우겠다는 공지에 달린 댓글 100여개

beautician 2018. 2. 23. 23:28



한인포스트의 정치관련, 쌈박질 하는 글들을 2월 23일 밤 10시를 기해 지우겠다는 공지가 뜨자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나도 거기 한 마디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 글도 함께 지워질 것이기에 여기 옮겨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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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옥같은 글들이 곧 삭제된다니 안타깝네요.

누구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할텐데 투사도 아니고 깡패도 아니니 현실세계에서 이미 아슬아슬한 밥줄까지 걸고 대차게 할 말 다 하고 살 수는 없고 마침 시사와 정치를 다루는 이런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의 방패 뒤에 적당히 숨어 자기 의견도 피력하고 댓글도 달고 가끔 성질도 한번 부리고 때로는 똥도 한바가지 싸놓고 민폐도 좀 끼치는 게 그냥 나름대로 속풀며 살아가는 모습이라 생각했거든요.

욕도 있고 충돌도 있더라도 그게 이곳의 수준이고 문화이고 놀이인 것인데 그런 욕을 하고 그렇게 충돌하고 그런 문화를 만들었던 사람들을 버젓이 놔두고 앞전에 썼던 글들을 이런 이유 또는 저런 핑계로 지우기 시작하면 앞으로 남아나는 글이 하나도 없을 거란 생각도 들고 사람들 입을 틀어 막고 내 귀에 좋은 소리만 말하라 하는 이상한 문화가 이곳에 꽃피기 시작하는 시발점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스스로 언론이라 자부하는 곳에서 사람들 입을 막기 시작하면 어느날 누군가 그 언론의 입을 막고 재단하려 할 때 뭐라 하시겠어요? 그 와중에서도 틀어막은 입들은 끝없이 궁시렁궁시렁 성가대 허밍하듯 중얼거릴 텐데 말입니다.

참 당연한 일이지만 저 놈이 내 맘에 들지 않는 소리를 자꾸 해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념이 틀리거나 출신과 성별과 국적이 틀려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저 놈 입이 내 얼굴에 붙어있지 않고 저 놈 얼굴에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386세대나 그 이전 세대들은 개발을 최우선으로 하며 자연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것을 최고의 선이라 여겼지만 그 입의 위치에 대해서만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걸로 일단 정리하면서 여기서 누군가의 글을 지우고 목소리를 지우기보다는 이 밴드를, 싫은 꼴 눈뜨고 못보는 우리 마음 속 편견과 이기심을 조금이라도 지워보려는 인내와 훈련의 장으로 삼는 게 어떻겠냐고 이 연사 목에 핏대를세우며 힘차게 외쳐 봅니다.


이 글도 예외없이 이제 45분 후면 지워지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