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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복귀 초읽기

beautician 2017. 12. 29. 17:23

현역복귀 초읽기

 

 

 

독립군 생활이 갑자기 끝나가기 시작했다.

12 29. 2017년의 연말을 사흘 남긴 날이다.

그 부동산 개발회사는 1 2일부터 출근해 달라고 한다.

현역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바로 이틀 전에 장군진급발표가 있었고 동기 송운수 준장이 소장을 달았다. 그는 현역으로 쭉 살아왔다. 이제 산업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마치 남들은 장군이 되어 있는데 나만 중위 계급장을 달고 다시 군복을 입는 기분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왠지 뒷목이 켕기는 기분이 드는 것도, 과연 다시 번듯한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상의 업무를 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말이다.

 

이 회사의 사장은 지난 9월 통역 건으로 만난 나를 만나 갑자기 채용제의를 해왔다가 얼마 후 다시 번복했던 사람이다. 그가 직접 전화하지 못하고 관련된 두 사람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락해 온 것은 험한 일을 남에게 지우려는 그의 성격을 잘 대변한다. 채용번복을 부하직원 시켜 이메일로 보내왔던 것처럼 그는 성격상 입장 곤란한 일을 직접 나서서 처리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소를 잡고 싶은데 자기 손에 피를 뭍히고 싶진 않은 마음...뭐, 이해 못할 바 없다.

 

아무튼 선의를 다해 추천해 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업을 다시 일으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수입이 불안정하다 못해 아예 없는 달도 생기는 상황에서 일정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정규회사로 (비록 임시직일 것이 분명하지만) 돌아가 일을 하게 된 것은 분명히 다행스럽고 긍정적인 일이다. 몇 개월 노력하면 당장의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로비자 문제는 내 나이에 비추어 여전히 문제. 현재 kitas가 죽을 때 이 회사와도 끝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고 그 이전에 1-2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다시 길바닥에 나서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지레 겁먹고 물러설 이유도 없다. 내가 다른 사람들 입장을 고려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들은 내 입장을 고려해 준 적이 없었는데 이번만은, 아마도 마지막 기회로 보이므로, 최대한 내 입장에 서서 상황을 생각해 보고 싶다. 그래야만 할 때다.

 

현역으로 돌아가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정말 마음이 가볍지 않다.

왜 그럴까.

 

 

2017.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