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첫 커피 자카르타에 부임해 오기 몇 해 전 딱 한 번 인도네시아에 출장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1990년대 초의 일입니다. 그때만 해도 난 인도네시아에 대한 터무니없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발리의 낭만적인 백사장을 사진으로만 몇 번 보았는데 상상 속에서는 그런 평화로운 낙원이 뜬금없이 자바섬 남부해안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고 늘씬한 서양 미녀들이 손바닥만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듯 안입은 듯 해변에서 선탠하는 장면을 머리 속에 그리다가 나도 모르게 흘러내린 입가의 침까지 훔치며 출장출발을 손꼽아 기다렸더랬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오래된 영화에서처럼 행상들과 거지들이 활주로까지 몰려나와 트랩에서 내리는 여행객들을 에워싸는 자카르타 공항을 상상하기도 했고 자카르타 주민들은 아침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