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6월엔 이런 순간을 피하려 했습니다. 군에서 전역하던 때였죠. 입사해 놓은 한화그룹으로 돌아가느냐, 군에 남느냐, 아니면 딴따라의 길로 들어서 가요작곡을 하며 살아가느냐를 놓고 고민하던 때였습니다. 그때 또 하나의 선택지가 글쓰며 살아가는 작가의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딴따라와 작가의 길을 가지 않은 이유는 누구나 다 상상하는 것처럼 그 길로 들어서서는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군에 남지 않았던 것은 당시 자주 고장나던 내 무릎이 공수부대 훈련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평생 가장 적성에 맞았던 직업은 군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화로 돌아갔고 그러다가 인도네시아로 발령받았고 독립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참 험하게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