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뿔룽간뚱 3

[무속과 괴담 사이 (19)] 자바의 밤하늘을 떠도는 도깨비불

19_밤하늘을 떠도는 도깨비불 끄마망 끄마망(Kemamang)이란 존재가 있습니다. 끄마망은 도깨비불처럼 허공을 떠도는데 대개는 저 멀리 보인 일렁이는 작은 불꽃이 어느새 숲과 마을의 경계선까지 다가와 이 나무가지에서 저 나무가지로 슬며시 옮겨가는 식으로 이동하지만 눈이 마주치면(끄마망에게 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 멀리 있던 불덩어리가 눈 깜빡할 사이에 코 앞까지 쇄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회가 발전하면서 현지인들 귀에도 사뭇 생소하게 된 끄마망은 지금 70-80대가 된 노인들의 어린 시절엔 논이나 늪지대에 자주 출몰했다고 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끄마망의 출현을 자연재해 같은 재앙의 전조로 받아들였습니다. 넓은 논 건너편 산 중턱에 수많은 불덩어리들이 나타나 마을을 향해 내려오는 걸 본..

저평가된 인도네시아 로컬 귀신들 (1)

저평가된 인도네시아 로컬 귀신들 (1) 1. 말루꾸 지역의 한뚜 보똘만찌 (Hantu Botol Manci) 보똘만찌는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것 같은 자그마한 유사인간과 비슷하지만 귀신이나 마물로 분류된다. 보똘만찌는 산타클로스가 연상되는 정겨운 빨간 모자를 쓰고 있지만 디즈니 만화와는 달리 의외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 이들이 보똘만찌라 불리는 이유는 늘 우유병을 들고 다니면서 밤마다 몰래 나타나 아기를 데리고 놀며 우유도 먹인다. 문제는 아기를 납치해 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보똘만찌에게 납치당한 아기를 되찾으려면 한밤중에 빗자루 끝에 불을 붙였다가 끄되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사라진 아기를 부르면 보똘만찌가 아기와 함께 다시 나타난다고 한다. 인간이 보똘만찌의 빨간 모자를 손에 넣으면 보..

서민들에게 친근했던 원귀 – 순델볼롱(Sundel Bolong)

서민들에게 친근했던 원귀 – 순델볼롱(Sundel Bolong) 무엇이든 차고 넘치면 자연적으로 비교 분류작업이 시작되고 그중 힘차게 가지를 치고 뻗어나간 부분들은 홀로서기를 시작하여 스스로 일가를 이루거나 때로는 시들어 무너지고 잊혀져 버리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체계'라는 게 잡혀 상황이 대충 정리되는 거죠. 물론 그 정리된 상황 역시 정반합의 과정 속에 있으므로 또 다시 다른 모양과 성격으로 발전하고 갈려 나가고 전이되고 부식부패되어 붕괴되면서 또다음 단계를 향해 진화해 나가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개신교의 분파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신교 자체도 애당초 카톨릭의 분파였지만 거기서 가지를 친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