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반유왕이 2

1998년 닌자들의 반유왕이 흑마술사 학살사건

25년 전 동부자바에서 벌어진 마녀사냥 유혈사태, 아직도 미제로 남아 자카르타 폭동이 터지고 수하르토 대통령이 하야하던 1998년 5월 이후 1999년까지 동부자바에는 소위 ‘닌자’라 인식된 정체불명의 암살자들이 나타나 두꾼 또는 흑마술사라고 알려진 이들을 은밀하게 또는 공공연히 공격해 살해하는 사건이 줄을 이었다. 검은 옷으로 몸을 가리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제거대상을 공격해 목을 베거나 배를 가른 후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시골 농업사회에서는 유구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고대로부터의 마법 혹은 흑마술이 일상과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귀신들과 소통하며 영을 다룬다고 알려진 흑마술사들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기후 이상으로 추수를 망치거나 마을에 역병이..

반유왕이의 강물이 향기로운 이유

[민화] 반유왕이(Banyuwangi) 지명의 기원 옛날 자바섬의 동쪽 끝자락에 정의롭고 현명한 왕이 다스리는 거대한 왕국이 있었습니다. 왕의 아들 라덴 반뜨랑(Raden Banterang)은 전쟁에 나가면 호랑이처럼 용맹한 장수였고 평상 시엔 사냥에 빠져 살다시피 하는 천상 무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라덴 반뜨랑 왕자가 여느 때와 같이 시종들을 거느리고 숲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숲 속에서 사슴 한 마리가 일행 앞을 빠르게 지나가자 그는 사슴을 쫓는 과정에서 부하들과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나무와 덤불을 헤치며 사슴의 흔적을 쫓았지만 그는 결국 놓치고 말았습니다. 지친 왕자가 헤어진 일행을 찾던 중 개울을 만났는데 그곳 물이 너무나도 맑고 깨끗했습니다. 그 물을 마시니 아까의 피로가 모두 사라지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