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데일리인도네시아 5

[무속과 괴담 사이 (9)] 죽여도 죽지 않는 사람들

죽여도 죽지 않는 사람들 1945년 8월 독립 직후 1949년 12월 공식적으로 주권을 되찾기까지 처절한 독립전쟁을 벌이고 있던 수카르노의 인도네시아 정부군은 1948년 1월 17일 자카르타에 정박한 미군 전함 렌빌(Renville)호 함상에서 네덜란드군과 정전협정에 서명합니다. 렌빌 조약은 1946년 11월 링가자티 협정 이후 두 번째 정전협정입니다. 이로서 그 해 12월 네덜란드군이 정전협정을 깨고 인도네시아 공화국 임시 수도였던 족자를 짓쳐 들어올 때까지 1년이 채 못되는 짧은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이 시기에 수카르노-하타 정부는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공화국 내부상황을 추스르며 정비를 시작하지만 그해 9월 중부자바 소재 마디운(Madiun)에서 공산당 봉기는 공화국의 기반을 위태롭게 했습니다. 1..

[데일리인도네시아] 구도심 파타힐라 광장의 기원

파타힐라의 ‘완벽한 승리’ 최수진 (역사 연구팀, 수석 연구원) “ 빠꾸안의 풍요로운 왕국에서 사람들은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없고, 쌀은 넘쳐나며 데와구루(Dewa Guru)의 축복이 온 땅에 퍼지고 모든 이들이 부유하네, 이 땅의 명성이 다른 땅으로 번져가네….” ( Pantun Bogor: Kujang di Hanjuang siang, Sutaarga 1984:47) 빤뚠(Pantun)은 인도네시아 구전문학의 한 장르인 4행 시조(時調)이다. 빠꾸안( Pakuan) 혹은 빠자자란(Pajajaran)은 순다왕국의 수도(지금의 보고르)를 뜻하며, 순다국을 빠꾸안의 왕국, 빠자자란 왕국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산스크리트어인 ‘순다( Sunda)’의 어원은 희고, 아름답고, 순수하며, 밝고, 영특한, 여신의..

[무속과 괴담 사이(2)] 안쫄 다리의 유령 시티 아리아를 아시나요?

안쫄 다리의 유령 시티 아리아를 아시나요? 자카르타에 사는 사람이라면 안쫄 지역에 출몰하는 아름다운 처녀귀신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지 모릅니다. 밤늦게 이 지역을 지나는 남성들을 괴롭힌다고 알려진 이 유령은 그간 여러 차례 목격되었고 그 괴담이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목격자들의 일관된 증언 중 하나는 이 유령이 매우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1973년 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 2019년에도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안쫄 해양공원 내 머큐어 호텔(Mercure Hotel) 자리에 있던 옛 호리손 호텔(Hotel Horison)에는 시티 아리아의 유령을 모시는 객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수카부미 너머 해안도시 뿔라부한 라투(Pelabuhan Ratu)의 사무드라 호텔(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