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김어준 2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유머의 의외성 유머러스한 사람,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란 웃기는 사람일까? 유머란 익살스러우면서도 품위 있는 말이나 행동이란다. 그런데 한국어 번역은 ‘해학’이라 하니 뭔가 은유적이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일침이 있어야만 할 것도 같다. 해학의 기본 형성원리를 ‘의외성’이란다. 이런 개념들을 포괄하는 유머, 해학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의외의 품위 있는 말로 정곡을 찌르는 은유적 일침의 달인……? 1998년말~1999년 초에 만났던 딴지일보가 그런 것이었다. 동남아 외환위기로 세상이 무너지고 있던 시절, 웃기고 자빠라진 세상에 똥침을 날린다는 슬로건, 자기 경쟁상대는 오직 선데이서울 뿐이라던 자신만만한 B급 옐로우 저널리즘 감성, 지금은 버릴 수밖에 없었지만 당시엔 온라인의 모든 자유를 만끽하려 했..

난 글을 쓸 테니 넌 사과나무를 심거라

납치범에 대한 단상 세상이 무너져 내릴 때 어떤 이들은 사과나무를 심으러 갈지 몰라도 골방에 들어가 글을 쓰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결정이 바보 같아 보일지 모릅니다. 사실 세상이 멸망할 때엔 버둥거리며 뭘 하려 하든 똑같은 바보짓입니다. 1997년 불어오기 시작하던 외환위기가 인도네시아를 때린 것은 이듬 해인 1998년이었고, 그것은 시위가 벌어지던 뜨리삭티 대학교에서 군경이 쏜 총에 학생 사망자가 나오면서 한 편으로는 수하르토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민주화운동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카르타를 마치 전쟁터처럼 만들어 버린 도시 빈민들의 폭동으로 번졌습니다. 자카르타에 살던 교민들로서는 이전에 알고 있던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난 한국의 동업자들이 받은 봉제오더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