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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 (인니)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보고서

beautician 2016. 11. 1. 15:30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보고서

 


1. 서론

 

인도네시아 영화라면 처녀귀신 꾼띨아낙’(kuntilanak) 또는 날아다니는 시체 뽀쫑’(Pocong) 등이 등장하는 저예산 공포영화들이나 엉성한 코미디영화들이 쉽게 떠오르지만 해외로 수출되어 미국에서만 4백만불의 티켓수입을 거둔 액션영화 레이드’(The Raid : Redemption–2011), 공전의 히트를 친 뮤지컬 영화 셰리나의 모험’ (Petualangan Sherina–2000), 인도네시아 영화 전성기에 전국적 인기를 모았던 독립전쟁 배경의 코미디 나가보나르’(Naga Bonar-1987), 이슬람 감성에 기초한 멜러물 사랑의 규칙’(Ayat-ayat Cinta–2008) 등 한국엔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기념비적 영화들도 존재한다.

25천만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영화유통시장과 점유율 80%의 헐리웃 중심 외화들과의 경쟁에 밀려 인도네시아 영회제작산업이 만성적인 재정압박, 전문인력 및 첨단기술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나온 성과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그런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현황과 대략의 문제점들을 짚어 본다.

 


2,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개황

 

인도네시아의 영화산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인 네덜란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수하르토 정권의 철권통치가 한창이던 1980년대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1990 115편의 영화가 제작되어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헐리웃과 홍콩영화가 대거 수입되자 경쟁에 참패한 현지 영화업계는 1993년에 37, 2001-2002년 기간엔 연간 6편 제작에 그치며 크게 기울었고 내용면에서도 저예산 성인영화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2010년대에 들어 영화제작편수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으나 외화에 밀려 좋은 상영관과 골든타임대의 상영시간을 따내지 못해 고질적인 흥행열세와 자금난이 계속되었다. 이 시기엔 주로 저예산 멜러물이나 공포영화가 제작되었다.

2016년 초 인니 정부가 현지영화산업에 외국인투자를 허용하여 해외자본 유치를 시도했고 매년 100만 관객영화를 2-3편 내던 것에 그치던 현지 영화업계는 이러한 분위기에 고무되어 2016 10월 현재 벌써 100만 관객영화 8편을 기록 중이며 특히 코미디 연기자들로 구성된 와르꼽그룹의 영화 대장님, 귀뚜라미 나왔걸랑요!’(Warkop DKI Reborn : Jangkrik Boss!)는 전인미답의 6백만 관객 고지를 넘어섰다.

영화관사업과 영화배급사업에 있어서 수하르토 독재시절 특혜를 입은 21그룹(현재 시네플렉스 21그룹–Cineplex 21 Group)이 독점해 오다가 2006년 블리츠메가플렉스(Blitzmegaplex-나중에 CGV 블리츠로 개명)이 뛰어들어 시장지분 일부를 가져오며 양강구도를 만들었고 2015년 영화산업 문외한인 리포그룹의 시네맥스(Cinemaxx)도 신규 진입하면서 다시 독과점 구도로 재편되는 중이다. 그러나 전국 스크린 수는 인구 1/4인 태국의 1.4배 수준인 1,100개 규모로 CGV 단독의 한국 내 스크린 숫자와 비슷한 정도여서 인도네시아 시장은 아직 개발여지가 무궁무진한 거대 잠재력의 시장이라 하겠다.

 


3.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산업 현황

 

새 밀레니움에 접어든 후 역사적 인물의 전기영화(수까르노, 수디르만, 하비비 등)나 이슬람 감성의 멜러물들이 비교적 선전한 가운데 저예산 공포영화나 성인영화들은 외화와의 경쟁에서 번번히 참패해 대체로 상영관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여기에 애당초 턱없이 적은 스크린 숫자와 현지제작영화들의 열악한 경쟁력으로 현지 영화제작사들이 만성적자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되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영화산업이 개인사업에서 시스템과 메커니즘을 통한 조직적 사업개념으로 발전한 것은 2010년 전후라고 볼 수 있으며 투자기관이나 기업, 국가의 조직적인 영화제작 지원은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영화제작사들은 자본부족으로 전문인력, 최신기술이 확보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단기간 내에 자력으로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어려운 환경이며 올해 초 해금된 해외자본의 유입을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CJ E&M이 처음 투자한 이파 이스판샤(Ifa Isfansyah)감독의 메디컬 로맨스 영화 ‘CADO CADO’ 10월말 개봉되었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거나 연수를 이미 마치고 인니 현장에 복귀한 영화감독들도 있다. CJ CGV는 매년 한국-인도네시아 필름페스티벌(Korea Indonesia Film Festival)을 열어 한국영화를 현지에 소개하며 양국영화산업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는 10 26-30일 기간 자카르타 포함 6개 도시에서 개최되었다.

 


4. 영화관산업 및 영화배급산업 현황

 


1) 상영관 현황

 

- CINEMA 21 : 시네플렉스 21그룹 소유로 영화관 체인 및 영화수입과 배급을 장기간 독점해 왔다. 현재 전국 36개 도시 156개 영화관 858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인도네시아 전체 스크린의 80% 수준이다. 그간의 독점마인드로 인해 유지보수에 게을러 블리츠메가플렉스(나중에 CGV 블리츠) 2006년 현지시장에 진입하자 노후한 시설과 낙후된 설비로 초반에 크게 밀렸으나 곧바로 꾸준한 레노베이션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지켜냈다. 쾌적한 분위기의 시네마21(Cinema 21), 시네마21 더프리미어(CINEMA XXI, The Premiere) IMAX 등 세 개의 영화관 브랜드를 운영 중이며 돌비디지털, THX 등의 국제적 극장음향회사들과도 제휴되어 있다.


- CGV*BLITZ : CGV가 블리츠메가플렉스와 합작하면서 2015 8월 현재의 브랜드로 개명했다. 문화공간 개념을 강화하여 4DX, 스피어X, 스카이갤러리, 골드클라스, 스윗박스, 티켓자판기 등을 도입했고 2016 5월 현재 12개 도시 20개 극장 143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까지 80개 극장 600개 스크린 규모로의 확장계획도 가지고 있다.


- CINEMAXX : 리포그룹(Grup Lippo) 소유의 신규 영화관 브랜드다. 전국 85개 도시에 300개 영화관, 2,000개 스크린을 설치할 계획으로 2015 8 17일 자카르타 도심의 스망기플라자(Semanggi Plaza)에 첫 영화관을 열었고 빨렘방에선 시네멕스-빨렘방아이콘(Cinemaxx-Palembang Icon)이라는 인니 최대규모인 15개 스크린의 자체 영화관을 건축 중이다.

- 독립영화관 및 소형 영화관 브랜드 : 플래티넘 시네플렉스, 뉴스타 시네플렉스 등 지방중소도시에 본점을 둔 소형 영화관체인들과 독립영화관들이 존재하나 전체 스크린 수는 100개 미만으로 현재의 독과점시장에 재편되어 흡수되거나 도태되어가는 추세다.

 


2) 박스오피스 통계

 

현재 영화시장 규모를 기준해 관객 100만명 이상 동원한 인도네시아 영화는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런 영화들이 매년 2-3편 정도 나왔다. 한편 헐리웃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은 2015 80%에 육박해 양적으로 로컬영화의 4배 규모이지만 박스오피스 통계는 모종의 이유로 민간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Cinema 21의 경우 2015년 전체 티켓판매수입은 미화 18천만 불( 2천억 원)로 연간 67백만 명의 유료관중이 영화를 본 것인데 이를 환산하면 스크린 하나에 하루 평균 2백 명 남짓 관객이 든 셈이다.

티켓가격은 한국대비 30-45% 선이다.

 


(출처: 월 스트리트저널) 인도네시아 외화점유율(), 인도네시아 전국스크린 수()

 


5. 인도네시아 영화제 및 관련단체

 

인도네시아에는 1998년 발족된 자카르타 국제영화제’(JiFFest-Jakarta Intenrational Film Festival)가 매년 열리고 1955년 발족된 인도네시아 영화제(FFI-Festival Film Indonesia)는 그간 간헐적으로 개최되다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되어 권위 있는 찌뜨라상(Citra Award)을 수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표적 영화단체는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자 연맹(PPFI – Persatuan Produsen Film Indonesia) 1956 3월 발족한 유서 깊은 인도네시아 연기자 연맹(Parfi – Persatuan Artis Film Indonesia)이 있다.

40여 개 영화관련 단체와 조직들이 참여한 인도네시아 영화연대(BPI – Badan Perfilman Indonesia)가 영화산업환경개선, 영화제 개최, 영화상 수상 등의 업무를 위해 2014 1월 새로 조직되었다.

영화심의기구(Badan Sensor Film) 1994년 영화심의위원회(LSF –Lembaga Sensor Film)로 진화해 영화등급평가 업무를 하며 선정적 장면들에 대한 광범위한 삭제를 주도하고 특히 성적표현과 이슬람 가치에 대한 도전을 강경하게 규제하는 경향을 보인다.

 

 

6. 맺음말

 

인도네시아는 세계 다섯 번째 인구대국이자 가장 많은 이슬람인구를 가진 나라이며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동남아의 맹주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의 영화산업 역시 그 연조가 깊어 수많은 영화와 배우들을 낳았으며 최근 조코 안와르(Joko Anwar)와 같은 걸출한 영화감독을 배출할 만큼 그 저력과 저변은 꽤 깊고 넓은 편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영화산업도 점점 커져가고 있으며 영화제작산업 부분에 대한 해외투자문호가 본격적으로 개방된 올해는 자본과 기술을 투하하거나 현지 제작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해외자본들의 다양한 시도가 시작되는 시기다. 물론 현지의 느슨하고 비합리적인 관행들, 유관 관청의 관료주의, 얕은 연기자 층 등 선결되거나 개선되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한편 영화배급과 영화관산업이 과거 철저한 독점에서 현재 독과점으로 재편되면서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영관 숫자 역시 현지에서 보다 많은 양질의 영화들이 제작되고 더 많은 외화가 수입될 여건을 조성하고 하다.

분명한 사실은 역량 있는 해외투자자들과 제작사들에게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앞으로 더욱 매력적인 시장이 되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

 

 

[참고자료]

- CNN Indonesia

- Jakarta Post

- Wall Street Journal

- 로이터통신

- CJ CGV 보도자료

 

[취재]

- -인니 필름페스티벌 답사

- CJ CGV 자카르타 법인장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