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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5개월 만에 문제 산적 쁘라보워 정권

beautician 2025. 4. 3. 11:20

 

집권 5개월 만에 산더미 같은 문제를 스스로 초래한 쁘라보워 정권

Mon, March 31, 2025

 

2025년 3월 24일 대통령궁에서 31명의 특명 및 전권대사를 임명하기 직전 꼬삐아 모자를 고쳐 쓰는 쁘라보워 대통령 (Antara/Galih Pradipta )

 

 

이게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질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24년 2월 대선 때만 해도 쁘라보워 수비안토는 무려 58%의 득표를 기록하며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할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취임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그는 다각도의 복잡한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누군가 그를 어려움 속으로 등 떠민 것이 아니다. 설익는 정책들을 중구난방으로 발표하고 시행하면서 스스로 대중의 반발과 시장 불안이 초래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는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던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방식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쁘라보워 대통령의 대표 선거공약은 2029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연간 290억 달러(약 41조7,000억 원) 규모까지 단계적으로 늘려 전국의 학생, 임산부 등 8,300만 명의 대상자들에게 영양가 높은 무료 점심식사를 제공하겠다는 무상급식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대로 했다고 해도 이미 정부의 법정 부채한도를 넘어서 다른 사회 서비스의 축소 또는 폐기가 불가피하다고 전망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출범과 동시에 전국민 80%의 압도적 지지로 환영받았지만 초창기에 만발한 시행착오와 몇 차례나 반복된 집단 식중독 발생 등 다양한 문제들로 운영방식과 자금조달방법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문제는 그걸 당초의 계획처럼 단계적으로 하지 않고 시행 첫 해인 올해에 대상자 8,300만 명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도록 프로그램을 급속 확대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당장 자금조달이 문제가 되자 그는 몇 차례의 각 부처/기관의 예산삭감을 거듭해 올해 말까지 총 750조 루피아(약 65조 원)을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중 상당 부분을 무상급식 재원으로 전용하겠다는 것이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국내총생산(GDP)의 0.7~0.8%로 약 90억 달러(역 13조 원) 규모였던 국방비를 대폭 확대할 야망도 품고 있다. 군장비 절반 이상이 노후해 교체가 불가피하지만 그간 예산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이제 그 리미트를 풀려고 한다. 그가 주장하는 필수적 최소한의 군사력(MEF) 목표에 따르면 GDP의 2.5%에 가까운 금액을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

 

게다가 중국 경제가 침체되면서 수출도 감소했고, 중산층의 위축으로 인해 국내 소비도 감소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전대통령 시절의 GDP는 취임 첫 해인 2014년 8,910억 달러(약 1경2,810조원)에서 2023년 1,371조 달러(약 197경1,180조 원)로 대폭 증가했지만, 그 혜택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고 특히 중산층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그의 후임자인 쁘라보워는 연 8%의 경제성장목표를 세우고 이를 지원할 목적으로 새 국부펀드인 다야 아나가타 누산타라(이하 ‘다난타라’)를 출범시켰다. 다난타라는 운용자산을 최대 9000억 달러(약 1경2,940조 원)로 늘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회사 중 하나가 될 것이지만, 자본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기금은 인도네시아 국내 3대 주요 국책은행인 만디리 은행(Bank Mandiri), BRI 은행(Bank Rakyat Indonesia), BNI 은행(Bank Negara Indonesia)를 포함해 국내 모든 국영기업들의 정부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만연한 부패가 척결되지 않고 정부의 감독이 느슨한 이 나라에서 ‘국가의 부’라는 거의 모든 달걀을 한 소쿠리에 담는 다난타라 펀드의 출범은 대규모 뇌물수수 등 부패의 가능성이 농후해 일부 투자자들의 불안을 고조시켰고 이러한 불확실성은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의 금융 시장에 타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루피아 화폐가치의 급락을 초래했다.

 

3월 18일(화), 인도네시아의 주요 주가지수는 쁘라보워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세계 무역전쟁에 대한 두려움까지 겹쳐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7.1% 급락해 규제 당국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거래를 장점 중단시키는 극약처방을 취하는 상황에 처했다.

 

게다가 국내외의 신망이 두터운 스리 물야니 재무장관의 사임소문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심화시켰다. 조코위 정권에서 쁘라보워 행정부로 유임된 잔류 세력들은 스리 뭉야니의 사임설을 부인하고 일축했지만 그녀의 엄격한 재정 규율이 지난 5개월간 걷잡을 수 없이 상궤를 벗어나고 있던 쁘라보워의 포퓰리즘 정책과 충돌해 왔음은 누구나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 대통령이 임명한, 쁘라보워의 조카 포함 세 명의 차관들에게 둘러 쌓인 스리 물야니 장관의 역량과 경륜의 이번 정부의 금융정책 속에 제대로 구현되거나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는 정권 초부터 끊임없이 나오고 있던 터였다. 쁘라보워 정권이 스리 물야니 장관의 개인적 명성과 공신력을 빌어 제멋대로의 금융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것이 스리 물야니 장관 사임설의 배경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각종 신규 프로젝트들이 속속 출범하면서 부족한 예산을 조달하기 위해 행정부 각 부처와 기관, 심지어 지자체 보조금에서 실제로, 188억 달러(약 25조9,000억 원) 규모의 예산삭감이 삭감이 강행되자 전국적으로 이러한 무리한 정책을 반대하는 학생시위가 폭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025년 1분기에 인도네시아 주식 약 18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매도했고, 이는 루피아 화폐가치 2% 하락의 주요 동인이 되었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2024년 9월 최고시점에 비해 주식 가치의 20%가 증발해 같은 기간 동남아 권역 국가들 중 최악을 기록했다.

 

군사법 개정

그런데 금융시장을 가장 불안하게 만든 것은 경제정책들보다 지난 3월 20일 국회를 통과된 군사법 개정안이었다.

 

1998년 수하르토와 신질서 정권이 무너지자 그동안 현역 군인들이 얼마든지 행정부의 민간인 보직, 심지어 민간사회의 보직까지 겸직할 수 있도록 했던 이른바 군의 ‘이중기능(dwifungsi)’이 2004년 군사법이 제정되면서 공식적으로 종식된 바 있다.

 

군사법은 현역 군인이 맡을 수 있는 행정부 내의 보직을 국방장관, 정치안보담당 조정장관, 국가정보국장 등 국가 안보와 관련한 10개 부처와 기관으로 제한했다. 이로 인해 행정부는 물론 민간사회에서 여러 직책을 맡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군인들이 대부분의 권력을 반납하고 부대 막사로 복귀해야 했다.

 

그런데 조코위 정권 하에서 군부는 국가방위에 식량안보, 국내 치안도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슬금슬금 다시 민간 보직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군사법 개정은 현역 군인이 직책을 맡을 수 부처와 기관을 15개로 늘렸다. 국가안보의 정의를 크게 확대해 해양수산부 장관, 테러방지청장, 재난관리기관(방재청) 등도 현역 군인이 맡을 수 있도록 한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단지 해당 부처 및 기관의 수장뿐 아니라 예하 직원들의 보직 역시 현역군인들로 채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가 최고 법집행기관인 검찰 역시 현역 군인이 진출할 수 있는 기관에 포함되었다. 이제 군복을 입은 장교들이 검찰권을 쥐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편제상 독립 기관이라 해도 검찰이 통합군사령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것 만이 아니다. 새로 개정된 군사법은 인도네시아 경제에서 여전히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점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에 현역군인들이 이사회 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명시적으로 규정하진 않았지만 경제안보 역시 국가안보에 포함된다는 개념 확장이 좀 더 적극적, 창의적으로 해석되어 시행된다면 현역군인들이 갈 수 있는 민간 보직이 무한히 열릴 수 있다.

 

이는 신질서 시대의 몰락 이래 가장 심각한 군의 역습으로 여겨지며 이러한 역전현상은 대학생들과 시민사회의 불안을 더욱 촉발할 것이 분명하다.

 

Papua’s role 파푸아의 역할

쁘라보워의 포퓰리즘과 안보 의제는 그가 현역 시절 특전사(코파수스)의 일원으로 자유 파푸아 운동(OPM) 반군들과 싸우던 파푸아 지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쁘라보워로서는 과거 현역시절 파푸아에서 아직 끝내지 못한 미션을 마침내 완수하고 싶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군부는 수하르토가 하야한 후 동티모르와 아체의 군사적 대치가 협상을 통해 평화적 해결점을 찾던 시점에도 파푸아에 대해서만큼은 지속가능한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이제 쁘라보워는 대통령 취임 이후 이른바 ‘내부 식민지 정책’을 두 배로 강화하고 있다. 1969년 인도네시아 영토로 편입된 파푸아는 이제 다섯 개의 주를 가진 어엿한 인도네시아의 한 부분이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사실상 인도네시아 본토와 분리되어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군이 실전경험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간주되어 진급의 야망을 가진 장교들의 필수 성장코스로 여겨지며 적지 않은 현지인들이 현재의 상태를 인도네시아의 강점상태 즉 식민지 상태로 인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내부 식민지 정책(internal colonial policies)’란 용어는 충분히 충격적이지만 그리 놀랍지는 않다.

 

파푸아는 국가의 만성적인 식량 불안을 해결하고 2028년까지 식량 자립을 달성하겠다는 프라보워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에 380만 톤의 쌀을 수입했고 2024년에는 400만 톤 이상을 수입했는데 쁘라보워가 추구하는 식량안보란 쌀을 비롯한 모든 전략식량을 100% 국내에서 자급자족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쁘라보워는 2024년 10월 20일 취임 후 첫 공식 방문지로 파푸아로 정했고 그가 인도네시아 동쪽 끝인 남파푸아의 머라우케에서 대형 벼 수확기계를 운전하는 모습이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이는 파푸아를 인도네시아의 식량기지로 만들기 위한 푸드 이스테이트(food estate) 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행보지만 파푸아 현지 주민들은 이 정책에 반발하며 저항하고 있다.

 

3월 23일, 인도네시아군은 말루쿠 주에 있던 병력 450명을 파푸아로 재배치했다. 이로써 쁘라보워 집권 이래 파푸아에 추가 배치한 병령은 새로 창설한 5개 대대를 포함해 총 2만 명이 넘는다.

 

말루쿠 주둔 병력의 파푸아 재배치 보도는 분리주의 반군이 파푸아에서 이주민 1명을 사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힌 지 며칠 후에 나왔다. 반군 측은 새로 개정된 군사법에 의거해 자기 지역 내에 들어온 교사, 의료진들도 인도네시아 군인으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위협을 느낀 주민들이 이 지역에서 속속 이주해 나가는 이른바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났다.

 

쁘라보워 정권을 이러한 반군의 위협에 대해 전투병력 추가 배치로 대응한 것이다. 특선자령관을 거친 육군 3성장군 출신 쁘라보워 대통령의 임기 중 파푸아에서는 이러한 강대강 대치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는 파푸아가 인도네시아의 ‘점령지’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 일으키는 조치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쁘라보워가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매번 또 다른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자카르터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opinion/2025/03/31/just-5-months-in-office-prabowos-problems-are-piling-up.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