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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병과 자음접변 참사

beautician 2023. 9. 25. 12:09

 

육군병과 자음접변 참사

 

 

오랜만에 ROTC 동문들이 만났습니다.

청춘이 한창이던 서로 다른 시기에 푸른 옷을 입고 군문에 들어서 전국 각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자카르타에 모인 자리였습니다.

 

 

 

그래도 이번 모임은 시니어 골프대회.

3기부터 29기까지 모였으니 50대에서 80대까지.

전역하고 나서 강산이 몇 번 변한 시기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지금은 62기쯤까지 임관한 모양이고 인도네시아에는 58-59기도 와있다고 하니까요.

 

육군 병과마크

 

 

난 보병.

임관하고 광주 상무대에서 훈련받았습니다. 거긴 전투병과들만 훈련받는 곳이어서 보병, 포병, 기갑, 화학 병과들이 모여 있었고 공수부대 특전사도 거기서 차출되었습니다. 요즘은 워낙 세월이 많이 지나 좀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동기들 중엔 정보, 군수, 헌병, 정훈 등도 있었지만 군생활하는 동안 실제로 항공, 병참, 부관, 법무 병과는 보지도 못했습니다.

 

생전 보지 못한 병과들 중엔 병기 병과도 있었는데 놀랍게도 인도네시아에 와서 고참들 중에 병기병과 출신 여러 분을 만났습니다. 웬만한 백 없으면 못받는 병과라고 들었는데 자카르타엔 예전에 잘 나갔던 분들이 많았던 모앵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온지 얼마 안된 동기도 병기병과인 것을 그날 모임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난 당연히 전투병과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튼 동기가 20년쯤 연배의 선배와 만나 서로 병기병과인 것을 알고서 반갑게 인사하는 중이었습니다.

 

, 병기였어?”

아이고 선배님, 병기 보기 힘든데 멀리 자카르타에서 만날 줄을 몰랐습니다.”

병기는 원래 다 똑똑한 놈들뿐이야!”

 

이렇게 서로 이야기하는 데 옆에 있는 후배가 킥킥거리며 내 귀에 속삭였습니다.

 

저 분들 뭐라카는 겁니까? 왜 서로 변기냐고 묻는 겁니까?”

.

병기 병과마크

 

 

그 놈의 자음접변이 또 동문회를 망쳤습니다.

 

 

2023.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