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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타르 금지령 역풍과 인니 정부 대응

beautician 2023. 3. 28. 04:07

인도네시아 정부와 지자체, 이프타르 금지령 역풍에 강력 대응

 

2023년 3월 23일 자카르타 소재 이스틱랄 대사원에서 라마단 이프타르를 앞두고 한 남자가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Reuters/Ajeng Dinar Ulfiana)

 

공직자들이 라마단 금식월에 함께 금식시간을 종료하고 저녁식사를 하는 이프타르(Iftar) 행사를 정부가 금지하자 반대의 목소리와 함께 이슬람단체들의 반정부 감정이 고조됨에 따라 정부 고위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 대통령의 이프타르 금지령을 옹호하며 그 취지를 분명히 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라마단 금식월 개시 이틀 전인 지난 3월 21일(화)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제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므로 감염확산방지 차원이라는 표면적 이유를 들어 공무원들의 이프타르 행사 금지령을 내렸다.

 

쁘라모노 아눙(Pramono Agung) 내각사무처장은 23일(목) 저녁 해당 금지령이 민간에는 적용되지 않고 조정장관, 일반 장관, 각 정부기관장들에게만 적용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당초 금지령의 강도를 다소 완화시켰다.

 

그는 이프타르 금지령이 사실은 코로나 감염확산방지보다 정부 관료들이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취득한 부를 불필요하게 과시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예방하려는 차원이라는 취지로 대통령의 해당 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국가사무처 공식 유튜브채널을 통해 내보낸 성명에서 최근 공무원들이 호화로운 사생활이 지나치게 조명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해 모든 정부 관료들은 금식시간 종료행사를 검소하게 갖고 해당 행사에 고위 공직자들 초대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지난 2월말 중간 관리자급 세무공무원의 아들이 일으킨 폭행사건을 기폭제로 그 형성과정을 설명할 수 없는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거대한 부와 호화로운 생활로 인해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네티즌들 사이에선 소득세신고를 보이콧하자는 움직임까지 일어나면서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프타르 금지령을 내려 결과적으로 무슬림 커뮤니티의 종교적 행사를 훼손한다는 이슬람단체들의 비판이 곧바로 뒤따랐다. 그들은 지난해 말 코로나 감염확산방지를 위한 보건 프로토콜인 사회적활동규제(PPKM)을 정부가 폐지했고 이제 콘서트와 전시회 등이 허용되었을 뿐 아니라 대통령 자신도 얼마 전 차남의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를 정도로 현재 코로나 팬데믹이 사실상 종료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단체 나들라툴 울라마(NU)의 야야 초릴 스타쿠프(Yahya Cholil Staquf) 회장은 무슬림들이 금식시간 종료행사를 거창한 파티행사로 치를 필요가 전혀 없다며 대통령의 이프타르 금지령에 지지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성대한 디너파티를 여는 것보다 빈민들, 교통정체 속에서 아직 집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라마단 금식월의 원래 취지를 강조했다.

 

올해 라마단 금식월은 3월 22일 시작해 4월 21일까지 계속되며 무슬림들은 일출에서 일몰까지 금식한 후 해가 지고 나면 금식을 종료하며 부까뿌아사(Bukapuasa)란 이름으로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 전통을 지킨다.

 

문제는 이러한 소박한 금식시간 종료행사가 고위 공직자들이 사저나 관저에서 값비싼 호텔음식이나 케이터링 서비스를 동원하여 카라오케 옵션까지 포함한 거창한 파티를 여는 식으로 호화롭게 변질되곤 한다는 것이다. 이런 디너파티 수준의 성대한 이프타르는 자연스럽게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해 함께 부까뿌아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다양한 로비가 이루어지고 일각에서는 밀실에서 선물을 가장한 뇌물이 오가는 등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24일(금) 야쿳 초릴 쿠오마스 종교부장관도 조코위 대통령이 무슬림 커뮤니티를 차별대우한다는 비난에 대해 대통령이 이슬람과 무슬림들에 대해 크나큰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NU의 청년단인 GP 안소르(GP Ansor)의 회장을 겸하고 있고 NU 회장 야야 초릴 스타쿠프의 친동생이기도 한 종교부 장관은 종교부 공무원들에게도 라마단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이프타르 저녁식사 행사를 열지 않도록 지침을 내렸다.  

 

다른 부처들도 지난 24일(금)까지 대체로 대통령의 이프타르 금지령에 준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무부는 지방정부에 대통령 훈령을 회람문 형식으로 전달하며 해당 금지령을 무시할 경우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임을 명시했다. 베니 이르완(Benni Irwan) 내무부 대변인은 행정관료주의개혁부가 정한 현행 규정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관료주의개혁부 압둘라 아즈와르 아나스(Abdullah Azwar Anas) 장관은 24일(금) 모든 공직자들이 이프타르를 금지한 대통령 훈령을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며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 밝혀 그 적용범위를 고위 공직자들로 한정했던 쁘라모노 아눙 내각사무처장의 발표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헤루 부디 하르토노 자카르타 주지사 직무대행, 간자르 쁘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 같은 지방행정부 수장들도 이프타르 금지령에 대한 지지를 표하며 대통령 훈령을 자신들의 지방정부에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대통령 훈령을 지지합니다. 더욱이 우린 최근 공무원들의 호화생활로 인한 논란과 비난을 쏟아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식시간 종료행사는 우리 모두 가족과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는 정도로 간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자신의 부를 과시할 게재가 전혀 아닙니다.” 간자르 주지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indonesia/2023/03/24/officials-clarify-defend-iftar-ban-amid-public-outcr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