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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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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떠나가 버린 또 한 명의 배우

beautician 2023. 3. 31. 11:26

랜스 레딕(Lance Reddick)의 샤론(Charon)

 

 

<피르고와 스파클링스>를 보러 갔던 2023년 3월 24일(금), 해당 영화가 이미 스크린에서 내려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멀티플렉스 상영관 거의 전체를 도배하고 있던 <존윅 4> 포스터 때문이기도 했다. 곧 관객들이 몰려올 텐데 손님도 들지 않을 영화에 스튜디오와 시간을 빼 둘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덕택에 예정에도 없던 <존윅 4>를 3월 21일 자카르타에서 개봉한 지 불과 사흘만에 관람하게 되었다. 어차피 대부분 보게 될 이 영화를 굳이 리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편하게 관객 모드로 관람했다. 역시 혀를 내두르게 하는 액션씬들, 특히 도로 한 가운데에서 벌어지는 CG기반의 격투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영화가 시작될 무렵, 이 영화 출연배우 한 명의 부고기사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뉴욕 컨티낸틀 호텔 컨시어지 샤론(Charon) 역을 맡은 랜스 레딕이 지난 3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존윅 4>가 개봉하기 직전이었다. 1962년 6월생이었으니 61세 생일을 3개월쯤 남겨놓은 시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강인한 흑인 이미지의 그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존윅>&nbsp;시리즈에서 뉴욕 컨티넨틀 호텔 콘시어지&nbsp;&lsquo;샤론&rsquo;역을 맡았던 랜스 레딕

 

그가 출연했던 영화 중 우리가 알 만한 것들은 <존윅> 시리즈 외에도 <앤젤 해스 폴른(Angel Has Fallen)>(2019), <올드보이(Old boy)>(2013) 리메이크 등이 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레지던트 이블>의 웨스커(Wesker) 역을 맡기도 했다.

 

2023년 3월 25일 현재 그가 출연했던 <White Men Canty’ Jump>, <Shirley>, <Bellerina>, <The Caine Mutiny Court-Martial> 등 네 편의 영화가 아직 개봉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예기지 않은 죽음을 맞았고 최후가 오기 직전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했던 것 같다.

 

많은 스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곧 사람들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가겠지만 지금은 1996년 TV 첫 출연을 한 이후 오랫동안 전세계인들을 즐겁게 한 많은 영화들에 출연한 멋있었던 흑인배우 랜스 레딕를 기억하며 그의 명복을 빈다.

 

 

2023.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