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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 남은 트럼프의 사업실패 흔적

beautician 2022. 12. 14. 11:00

트럼프의 망한 프로젝트가 된 발리 골프장

 

2022년 9월 1일 폐쇄된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 7번 홀의 항공사진.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이 해당 부동산 개발을 마무리하지 못하자 이후 이곳은 따나반(Tanaban)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따나롯 사원의 해변 카페인 삐두 선셋 스팟(Pitu Sunset Spots)으로 개조되었다. (AFP/Dicky Bisinglasi)

 

휴양지로 유명한 발리의 한 골프장에서 맥주병들과 부서진 플라스틱 의자들이 페어웨이에 나뒹굴고 그곳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도날드 트럼프가 실현되지도 않을 약속을 ‘꿈의 프로젝트’라고 큰소리쳤다며 한탄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거의 10년 전,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 세계 최고라고 각광받던 니르와나(Nirwana) 골프 리조트를 능가할 6성급 휴양지로 개발될 시설에 자기 이름 사용권을 허용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그 이후 한동안 붐볐던 골프코스에는 이제 잡초만 무성할 뿐이다. 트럼트는 지난 20년간 수십 억 달러의 채무를 발생시키고 수천 명의 생계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은 여섯 개 카지노와 호텔의 파산에 책임이 있는데 이 골프코스 역시 그가 실패한 프로젝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어요. 우릴 다시 고용하겠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캐디로 일했던 디타 드위(26)는 골프장이 다시 문을 열기를 기다렸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의 식당 웨이트리스로 취직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Trump Organization)과 인도네시아측 개발사 MNC 그룹은 2017년 해당 리조트를 폐쇄했고 인도양의 목가적 풍광으로 유명한 니르와나로 리브랜딩한다는 파트너쉽을 맺은 후 수백 명의 근로자들을 임시 해고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에서 트럼프의 이 첫 사업이 된 이 프로젝트는 재개발 계획이 수립되었고 그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2019년 자카르타를 방문하여 ‘드림 프로젝트’라고 지칭하며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새 리조트에 이름을 쓰도록 빌려주고 운영에 참여한다는 계약은 2015년에 처음 체결되었다.

 

MNC 랜드(PT MNC Land)의 부디 루스탄토 사장은 해당 부동산 자체가 트럼프 소유가 아니라고 지난 12월 10일(토) 확인해 주었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브랜드를 제공한 운영주체일 뿐이고 부동산 소유권은 MNC 그룹에 있다는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골프코스와 클럽하우스, 비치클럽, 웰니스센터, 호텔 등의 건설을 포함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허망한 꿈이었다는 것이 이후 밝혀지고 말았다.

 

직원들을 해고한 지 5년 이 지나자 호텔은 철거되고 골프 코스의 기능도 사라졌으며 황량한 페어웨이는 관광객이 무단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몇 안되는 경비원들이 카트를 타고 순찰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버려져 잡초만 무성한 거대한 공터는 트럼프가 백악관을 목표로 삼기 전 부동산 사업을 하며 오래 유지해 왔던 호화로운 이미지와는 전혀 달라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트럼프가 부동산사업에서 거대한 실패를 경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그가 1991년부터 2009년 사이 벌인 카지노와 호텔 프로젝트들이 여섯 번이나 파산을 맞은 바 있다.

 

도박사업의 메카인 뉴저지주 어틀랜틱 시티의 트럼프 타지마할(Trump Taj Mahal) 프로젝트가 처음 실패했을 때엔 트럼프도 크게 휘청거려 그 빚을 갚기 위해 요트와 개인제트기 그리고 그가 가진 주식의 절반을 매각해야만 했다.

 

지연?

2013년 니르와나를 매입한 MNC 그룹의 수장이자 트럼프의 동맹인 하리 따누수디비요(Hary Tanoesoedibjo)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고객들의 소비가 줄어들어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코로나 사태 발생 이전부터 문제가 만발하고 있었다.

 

MNC의 부동산 부문 에드윈 다르마스티아완(Edwin Darmasetiawan) 이사는 해당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는지 확인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는 수년 간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자금 문제’라고 짧게 답했고 2년 내에 개발이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AFP와의 인터뷰에서는 해당 프로젝트거 실패한 것이 아니라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부디 루스탄토는 이제 팬데믹이 끝나가고 있으므로 프로젝트 공사가 내년쯤 재개될 것이라 전망했다. 기존의 호텔과 골프 코스를 모두 허물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건축한다는 계획이다

 

에드윈은 자카르타 근교에서 또 다른 트럼프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자카르타 남쪽에 위치한 리도(Lido) 지역에 같은 이름의 대규모 리조트 도시를 건설하는 데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골프코스와 리조트를 포함하는 이 프로젝트는 건축업자가 지역 주민들 허가 없이 이슬람 전통의 선조들 무덤을 파해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편 발리 리조트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트럼트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모든 상황이 지지부진한 동안 많은 발리인 노동자들이 취업과 근로기회를 잃엇다.

 

호텔 직원들은 직장을 잃으면서 해고 수당 등 보상을 받았지만 임시계약직으로 일하던 150명의 캐디들은 갑자기 방치되면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쪼들립니다. 캐디 일자리를 잃은 지금은 어렵기 짝이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나 있죠” 이렇게 말하는 드위는 기본급이 130만 루피아(약 11만 원)에 불과했지만 골프장이 운영되던 시절엔 돈많은 골퍼들로부터 받는 팁을 합쳐 운이 좋은 달에는 1500만 루피아(약 126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 현재 그녀는 달랑 같은 금액의 기본급만 받고 있다.

 

삶은 계속된다

하지만 호텔과 골프장 직원은 이제 생계가 반토막 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모든 것을 잊고 용서하려 한다.

 

드위는 예전 하던 일로 돌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옛날 일은 이미 지나간 것이고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18년간 호텔 스파에서 일하다가 이제 부모가 경영하던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피타 데위는 트럼프가 리조트를 폐쇄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녀들을 가진 48세의 여성이다. 이제 다른 직업을 얻기 어렵다는 생각에 앞날이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낙천적인 발리인들의 전통을 물려받은 그녀는 트럼프를 미워하면서 나머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가야죠. 우리가 트럼프를 미워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우리에게 돈을 줄 것도 아니잖아요?”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indonesia/2022/12/09/playing-with-paradise-defunct-bali-golf-course-another-trump-fiasc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