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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인니경찰상황 정리] 페르디 삼보에서 테디 미나하사까지

beautician 2022. 11. 24. 11:52

절체절명의 인도네시아 경찰

 

인도네시아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수준은 지난 몇 해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그간 시위진압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폭력성이 자주 보도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특히 2021년 5월 술라웨시 동남부 루우(Luwu) 지역에서 친딸 세 명을 강간한 아버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일, 그해 12월 자카르타 뿔로가둥 지역 경찰서에 찾아온 절도 피해자의 신고접수를 거절한 일 등이 매체를 통해 일파만파 알려지면서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찰신고부질없음 (#PercumaLaporPolisi) 해시태그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었다. 책임감, 투명성, 인권문제 등에서 경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경찰을 전통적으로 국민들로부터 높은 신뢰도를 구가해 왔다. 원래 경찰군’으로 국방부 소관이었다가 1998년 수하르토가 하야하고 개혁시대에 들어서면서 내무부 산하로 떨어져 나온 경찰은 사실상 인도네시아 독립전쟁과 수많은 반란진압작전을 거치며 성장한 조직이다. 2021년 12월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폴리티카 리서치(PRC)와 인도네시아 정치지표(PPI)의 합동설문조사에서 인도네시아 경찰의 국민신뢰도는 군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부패척결위원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국회 순이었다.

 

경찰 비리사건이 심심찮게 터지고 인근 부대 군인들과는 총기까지 동원한 패싸움이 종종 보도되고 시위대 과잉폭력진압이나 교통단속현장에서 벌어지는 노골적인 현금갈취를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도 국민들이 경찰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거두지 않는 것은 경찰이 국가사회에 이바지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는 믿음 때문이다.

 

J순경 계획살인사건

그런데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꿔놓는 인도네시아 경찰 역사상 가장 추악한 스캔들, 이른바 ‘J순경 계획살인사건’이 2022년 7월 8일 벌어졌다.

 

남부 자카르타 두렌띠가(jl. Duren Tiga)에 위치한 경찰청 내무국장 페르디 삼보(Ferdy Sambo) 치안감 관저에 파견나와 함께 일하던 경찰 동료 J순경과 E이경이 서로 총격전을 벌여 J순경이 현장에서 사살되었다는 것이다. J순경은 치안감 부인의 2년차 운전사였고 E이경은 경호원으로 막 관저에 배치된 막내 요원이었다.

 

처음 경찰이 발표한 사건전말은 이랬다. 그날 오후 5시경 페르디 치안감 부인이 쉬고 있던 2층 침실에 J순경이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부인이 비명을 지르자 J순경이 황급히 달아났는데 비명소리를 듣고 나온 E이경과 마주쳤다. E 이경이 2층에서 계단을 뛰어내려오며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이미 아래층으로 내려간 J순경이 다짜고짜 총격을 가했다. 

 

1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J순경이 일곱 발을 쏴 한 발도 맞추지 못했지만 E 이경은 다섯 발을 응사해 네 발을 맞춰 J순경을 현장에서 사살했다. 경찰은 E이경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2층에서 침착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이경은 일단 구금되었지만 그의 정당방위가 대체로 인정되는 분위기였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모든 매체가 경찰발표를 받아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관이 상사 관저에서 총에 맞아 죽었는데 그 모든 책임이 편리하게도 고스란히 죽은 사람에게 돌아가고 관저의 주인도, 총을 쏴 죽인 사람도 아무 죄가 없는, 이상스러울 정도로 깔끔하게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이 사건은 J순경의 시신이 매장을 위해 가족들에게 넘겨지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이미 부검을 마친 상태의 시신을 인수했는데 J순경 몸에 총상 외에도 찔린 상처와 열상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사망하기 전 폭행당한 흔적이었다. J순경은 7월 11일 일단 매장되었지만 유족들은 즉시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에 공식 항의하기 시작했고 해당 사건이 언론에 노출되며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자 경찰도 재조사를 시작하면서 J순경 시신에 대한 부검도 유족 측 참관 하에 다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온갖 이상한 일들이 속속 드러났다.

 

우선 사건 당시 관저 내부의 CCTV 카메라들이 모두 고장난 상태였다는 것부터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또한 사건 당시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관저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고 주장한 페르디 삼보 치안감의 행적도 분명치 않았다. 경찰이 뭔가 진실을 숨기려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면서 의혹은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언론보도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의 일이다. 모든 매체들은 유족들이 경찰 발표를 반박하는 주장과 유족측 변호사가 제기하는 법적, 논리적 문제점들을 받아 적기 시작하자 경찰은 이후 여론에 끌려다녔다. 매체들이 엄청난 전파량과 지면을 이 사건 취재와 보도에 할해하면서 국민적 비판이 더욱 거세지자 정치인들과 국가인권위원회도 경찰에 대한 공세에 가담했고 마침내 조코 위도도 대통령까지 나서 엄중하고 철저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요구하기에 이른다.

경찰발표와는 전혀 다른 증거들이 유족들의 목소리를 타고 언론을 통해 증폭되어 경찰과 정치권을 뒤흔들면서 사건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살인사건 용의자들

 

경찰이 건설한 도박왕국

8월 9일(화) 페르디 삼보 치안감이 J순경 살인용의자로 신분이 바뀌며 전격 체포되었다. 사건 발생 한 달 만이었다. 그 사이 삼보를 위해 또는 삼보의 지시를 받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83명의 경찰관을 조사했다. 이때 J순경은 노쁘란샤 요수아 후타바랏(Nofryansyah Yosua Hutabarat), E이경은 리처드 엘리저르 뿌디항 루미우(Richard Eliezer Pudihang Lumiu)로 이미 본명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시점이기도 했다.

 

리스티요 시깃 쁘라보워(Listyo Sigit Prabowo) 경찰청장은 탄도조사, 포렌식, CCTV 동영상과 전화통화 분석 결과 사건 당일 실제로는 총격전이 없었고 J순경은 삼보 치안감 명령에 따라 E이경이 처형한 것이라고 직접 발표했다. 삼보가 J순경을 확인사살한 후 요수아의 권총으로 관저 내 벽을 쏘아 마치 총격전이 벌어졌던 것처럼 현장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J순경의 총상 중 뒤통수로 들어가 코 옆을 뚫고 나온 총탄의 궤적은 1, 2층 사이에서 벌어진 총격전에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사건의 동기와 배경이었다. 수사당국은 사건현장을 훼손하여 경찰윤리강령을 어기고 법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많은 경찰관들을 조사하면서 삼보가 깊이 간여한 엘리트 태스크포스 메라뿌띠 특임대(Satgassus Merah Putih)에 주목했다. 경찰 내 파벌주의의 상징과도 같았던 해당 특임대는 2016년 티토 까르나피안 당시 경찰청장(현 내무장관)이 창설한 경찰청장 직속기구로 불법마약, 돈세탁, 부패 및 사이버 범죄 같은 사건수사를 전담했고 특임대 수장은 경찰청 형사국장인 이드함 아지즈(Idham Azis) 치안정감이었다. 삼보는 당시 그의 보좌관이었다. 그 자리를 2020년 5월 삼보가 물려받은 후 해당 부서 대원들 숫자를 400명 넘게 불렸다. 하지만 친소관계를 따져 대원을 선발하는 방식이어서 다분히 배타적 성격의 조직으로 발전했다.

 

이후 메라뿌띠 특임대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주요사건들을 마음대로 이첩해 갔으므로 타 부처들과의 충돌하며 경찰사기를 저하시킨다는 비난과 원성이 컸는데 이번 사건으로 삼보 치안감을 정직시킨 후에야 비로소 해당 특임대를 해체시킬 수 있었다. 

 

수사당국은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언론은 해당 특임대가 불법도박사업에 연루되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보는 ‘컨소시엄 303’이란 불법도박그룹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303이란 형법에서 도박 관련 조항 번호에서 따온 것이다. 삼보 치안감이 전국을 아우르는 온라인 도박사업을 총괄한 도박제국의 황제였던 정황이 곳곳에서 엿보였고 그의 자택 지하창고에서 9,000억 루피아(약 834억 원)의 현금이 발견되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리스티요 경찰청장은 도박연루설이 흘러나오자 전국적인 불법도박단속을 지시하면서 불법도박 배후인물들이 경찰서장이든 국장이든, 심지어 지방경찰청장이든 반드시 해임하고 처벌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실제로 전국에서 ‘303’이란 이름을 단 도박조직들이 대거 검거되었고 북부 수마트라의 도박왕이 가족들까지 데리고 도피를 시도하다고 바로 최근에 검거되기도 했다.

 

애국적인 예산외 자금조달

일간 영자지 자카르타포스트와 최대일간지 꼼빠스닷컴 등이 이 사건과 관련해 더욱 주목한 것은 페르디 삼보가 온라인도박조직을 관리했다는 사실보다 그런 일이 어떻게 경찰조직 내에서 가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들 두 매체는 인도네시아 경찰의 ‘예산외 경제’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해온 호주 퍼스(Perth) 소재 머독 대학교 재키 베이커(Jacqui Baker) 교수의 견해를 관련 기사에 인용했다. 베이커 교수는 예산외 자금조달, 특히 불법도박이나 마약유통을 이용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경찰조직을 굴러가게 하는 숨겨진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조직을 가동시킬 만한 예산을 정부가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자란 비용을 알아서 충당하고 조달하기 위해 수면 밑에서 불법도박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악, 또는 부패이긴 하지만 어쨌든 고귀한 명분을 가진 것이고 일부 경찰들은 심지어 그것이 국가와 정부를 위하는 것이라며 자부심마저 품는다는 것이다.  

 

필자도 그간 개인적으로 보고들은 것이 있어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음을 어느 정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큰돈이 물려 돌아가지만 허가과정이 복잡하고 많은 공무원들 재가를 거쳐야 하는 지방도시나 오지의 대규모 토목, 건설, 광산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에 풀타임으로 뛰어들고 있는 군인이나 경찰을 만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또는 상관 명령에 따라 매달 상당한 액수를 납부 또는 상납하는 조건으로 아예 출근도 하지 않고 허가업무에 매달린다. 비록 민간인 복장을 하고 있다 해도, 권력을 뒤에 업은 경찰관이 공무원들에게 특정 허가를 얻어내는 것은 아무래도 민간인들에 비해 백 배쯤 유리하다.

 

민간업체 광산 외곽에 소총을 들고 경계를 서거나 출장자들을 무장경호하며 따라오는 군인들도 어렵지 않게 만났다. 가장 흔히 보는 예는 본사 높은 분이 올 때 현지 지점장들이 경찰 사이카 에스코트를 붙이는 일이다. 모두 공짜가 아니다. 1998년 폭동으로 자카르타가 전쟁터처럼 변했을 때 주택단지마다 돌아다니던 한 하사관에게 주민들이 돈을 모아 두툼한 봉투를 만들어 주면 그날 저녁 쯤 1개 분대 정도 군인들이 단지 초입에 텐트를 치고 폭도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다 ‘예산외 자금조달’ 방식의 일환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백번 양보해서 어쨌든 원래 해야 할 일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라도 나름 ‘합법적’인 일을 한 것인데 불법도박이나 마약유통은 전혀 다른 성격의 얘기다. 경찰의 본질 상 자기들이 마땅히 예방하고 검거해야 할 범죄를 스스로 앞장 서 저지른 것이니 말이다.

 

베이커 교수는 경찰개혁을 가로막는 조직내 파벌주의가 예산외 경제활동과 맞물리면서 더욱 복잡해진다고 말한다. 각 파벌은 예산외 자금조달로 막대한 불법자금을 확보해 세를 불리는데 그 세계에 눈뜬 경찰들이라면 어느 파벌에 줄을 서야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정상적인 공무원 월급 수십 배를 보장받게 되니 결국 파벌에 충성하고 필요하면 서로 입을 막아 보안을 지키게 된다. 삼보 치안감과 J순경, E이경은 물론 삼보를 비호하려던 고위 간부들도 그런 세계 속의 사람들이었고 삼보 치안감은 자신의 음습한 세계 속에서 이미 오래동안 당연하게 구가하던 권력과 이권을 지키기 위해 말을 듣지 않거나 기강이 흐트러진 자기 조직원 한 명 정도 쏴 죽여도 아무 문제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파벌주의와 예산외 자금조달 관행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인도네시아 경찰이 뭔가 의미 있는 개혁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데 베이커 교수는 이게 비단 경찰조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다른 정부 부처에서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베이커 교수는 상기 자카르타포스트와 꼼빠스닷컴 및 꼼빠스 TV 등에 자주 인용되는 인물이지만 베이커 교수가 주장한 경찰의 ‘예산외 자금조달’ 내용을 받아 쓴 다른 매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파벌주의와 예산외 자금조달 관행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인도네시아 경찰이 뭔가 의미 있는 개혁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데 베이커 교수는 이게 비단 경찰조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다른 정부 부처에서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축구 경기장 참사의 예기치 않은 후폭풍

10월 1일(토) 동부자바 말랑 소재 깐주루한 경기장(Stadion Kanjuruhan)에서 관객 127명이 압사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는 초유의 참사가 벌어졌다. 홈팀인 아레마 FC(Areman FC)가 수라바야에 근거지를 둔 뻐르스바야(Persebaya) 팀에게 십 수년 만에 처음으로 홈에서 패배하자 격분한 홈팀 팬들이 대거 울타리를 뛰어넘어와 경기장에 난입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경찰과 군인들이 동원되어 진압에 나섰는데 과도한 최루탄 사용이 닫힌 출구로 몰린 민간인들을 질식시키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사망자 숫자는 10월 중순이 지나면서 134명으로 늘어났는데 그 중엔 진압 경찰관 두 명도 포함되었다. 참사 초창기에 경찰은 사망한 두 명을 마치 영웅처럼 포장해 칭송했는데 나중에 정부주도 합동조사팀 조사결과 가장 큰 참사 원인이 경기장에서 사용이 금지된 최루탄의 과도한 사용 때문임이 밝혀지고 당일 경기장에서 경찰과 군인들이 민간인을 막무가내로 폭행하던 사진들이 당시 관객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면서 전국적인 비난이 경찰에게 쏟아졌다.

 

여기서도 매체는 대체로 경찰을 비난하는 편에 섰다. 사실 아레나 FC 팬클럽인 아레마니아(Aremania)의 경기장 난입이 참사의 최초 원인을 제공했지만 앞서 몇 개월째 지면을 가득 채우던 J순경 살인사건으로 경찰 이미지가 이미 실추될 대로 실추된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이 참사사건이 또 다른 문제로 연결되며 경찰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동부자바 지방경찰청장 니코 아핀타(Nico Afinta) 치안감이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좌천되자 그 후임으로 서부수마트라 지방경찰청장으로 있던 테디 미나하사(Teddy Minahasa) 치안감이 내정되었는데 부임을 며칠 앞둔 10월 13일(목) 뜬금없이 마약유통혐의로 전격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전보발령이 취소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자카르타 경찰청이 진행하던 해당 수사는 시민제보로 시작되었는데 먼저 세 명의 민간인 용의자를 검거한 후 그들로부터 경사, 경감 계급의 지구대장, 경정 계급의 부낏띵기 경찰서장 등 경찰들이 다수 마약유통에 관여한 것이 줄줄이 밝혀졌는데 그 과정에서 테디 미나하사 치안감의 이름도 나왔다. 테디는 동부자바로 전보발령이 날 당시 250억 루피아(약 23억 원)의 공직자재산신고를 해 갑부급 경찰 고위간부로 이미 세간의 이목을 끈 상태였다.

 

그의 혐의가 확인됨에 따라 경찰윤리강령 위반에 대한 내무국 조사가 계속될 예정이지만 장성급 경찰이 연루되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예산외 자금조달’ 활동이 의심되는 정황이다. 세간에서는 즉시 페르디 삼보 다음엔 테디 미나하사란 말이 한탄처럼 나돌았다. 그런 생각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경찰개혁요구

전국 장성급 경찰관 수백 명이 10월 14일(금) 대통령궁으로 일시에 소환된 일이 모든 신문에 속보로 떴다. 더욱이 그 시점이 미묘했다. 하필 불과 몇 시간 전 테디 미나하사 치안감 체포 사실이 막 발표된 상황이었다.

 화려한 정복과 정모, 멋들어진 지휘봉은 물론 핸드폰 휴대와 부관들의 동행도 금지되었고 고급 관용차를 타고 경광등을 켠 콘보이 길잡이를 받는 대신 남부 자카르타 소재 경찰간부대학(PTIK)에 모여 함께 버스를 타고 대통령궁에 진입했다. 버스를 내린 그들은 일렬로 회의장으로 행진했는데 그들 손에는 노트북 외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건 명백히 벌 받으러 가는 모습이었다.

대통령 비서실 공식 유튜브채널에 공개된 당일 행사 영상에서 조코위 대통령은 법집행기관들 중 가장 높은 신뢰수준을 구가하던 경찰이 페르디 삼보 사건으로 인해 경찰이 바닥을 쳤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인디카토르 뽈리틱 인도네시아(Indikator Politik Indonesia)의 2021년 11월 여론조사에서 80.2%였던 경찰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2022년 8월에는 54.4%로 떨어졌다.

그는 테디 미나하사의 마약사건과 일부 고위 경찰간부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호화로운 사생활을 누리며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과시하는 행태에도 분노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찰 개혁은 사실상 1998년 이후 시작되었으나 그 후 20년 넘도록 전혀 구현되지 않았다, 이는 경찰의 파벌주의와 느슨한 내부 조직관리 때문인데 해당 문제를 책임져야 할 핵심 요직인 경찰청 내무국장이 페르디 삼보 같은 인물들이었다. 국가경찰위원회 민간위원인 뿡키 인다르티(Poengky Indarti)는 삼보 같은 인물들이 경찰내 요직을 모두 차지하고 자신과 배후의 세와 부를 늘리는 데에만 급급한 결과 오늘날 경찰이 안으로부터 썩어 문드러진 조직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예의 머독 대학교 베이커 교수는 인도네시아 경찰조직 내에서 대대적인 숙청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몇 개월간 내부 정보가 유출되면서 심각한 경찰 스캔들이 계속 터졌는데 이는 경찰 조직 내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파벌들의 물밑 싸움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유출하고 제보하지 않으면 드러나기 힘든 일들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디 미나하사

J순경 계획살인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10월 17일(월) 남부 자카르타 지방법원에서 시작되었는데 재판 전과정을 라이브 스트리밍하면서 이미 3개월도 전에 벌어진 이 사건이 다시 뜨겁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모든 매체들이 재판장 상황과 삼보 등 피고들 모습을 매일 속보로 다루고 있어 관련 기사량이 어마어마하다. 매일 새로운 치부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이라 경찰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10월 14일(금) 대통령궁에서 크게 질책당하고 나온 후 리스티요 경찰청장은 기회가 날 때마다 경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교통범칙금 스티커 현장 수기발급을 금지하고 모두 전자발권 스티커를 우송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현장에서 교통경찰들이 운전자를 갈취하는 해묵은 관행을 없애고 경찰학교 입학, 승진, 보직 등에 돈을 요구하는 경찰조직 내 브로커와 상납비리를 없애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경찰조직과 체질개선을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과연 겨우 그 정도로 뿌리깊은 파벌주의와 예산외 자금조달 관행을 근절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경찰의 이런 치부가 백일하에 드러난 상태에서도 앞서 언급한 바 최근 경찰신뢰도가 대폭 떨어진 것이 그나마 아직도 54.4%라는 것, 인도네시아 국민들 두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경찰을 철썩같이 신뢰한다는 조사결과에 전혀 신뢰가 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끝)

 

 

2022. 10. 25.

 

미디어 월드 와이드(인도네시아)_배동선(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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