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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시대 인도네시아 사회 양극화 더욱 심화

beautician 2021. 7. 24. 13:21

온라인 수업시대 인도네시아 사회 양극화 더욱 심화

PUTRI AIMEE SRIJAYA  Wed, July 21, 2021  /  01:51 pm

 

나라 크레아티프(Nara Kreatif)엔 1200명의 학생들이 주간학교에 출석하고 기숙사엔 남학생 10명, 여학생 8명이 지내고 있다. (JP/Courtesy of Nara Kreatif)  

 

학교 수업이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되면서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교육경험 편차가 드러나며, 많은 경우, 그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자카르타 다문화학교(Jakarta Intercultural School-JIS) 12학년이 되는 나디아 루미(Nadya Lumy)는 그 또래의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작년 내내 컴퓨터 스크린이 결코 제공할 수 없는 학급 친구들과의 교류를 그리워하며 지냈다.

 

하지만 나디아의 실망과 아쉬움은 나라 크레아티프(Nara Kreatif)의 지원을 받는 라흐미(Rahmi, 15)의 고민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것이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라흐미는 비대면 수업을 듣기는커녕 친구들과 온라인 채팅을 할 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나마 라흐미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폐지나 유기폐기물 같은 재활용물품을 수집해 팔아 생계를 잇는 길거리 아이들의 학교교육을 돕는 사회적기업 나라 크레아티프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과 열악한 환경을 타개하려고 노력하는 인도네시아 빈민 아동청소년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이, 나디아 같은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교육환경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전혀 다른 세상

나디아는 팬데믹 상황 속에 나름대로 정서적 고민을 갖고 있지만 온라인 수업을 듣는 데에 있어 별다른 기술적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맥북 랩톱 컴퓨터를 빌려주었고 뉴욕타임즈, 이코노미스트 같은 세계적 영문신문 사이트 구독권까지 끊어주는 등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자원을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디아도 이런 환경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학습시대에 이러한 환경이 자신에게 매우 유리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학교에서 지급한 맥북 랩톱은 집에 있던 개인 PC보다 훨씬 빠르고 메모리도 더 커요. 이걸로 숙제는 물론 검색, 시험을 비롯해 다른 많은 숙제들을 쉽게 할 수 있어요.”

 

사실 인도네시아에서 이 정도의 학습자원을 제공하는 학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나라 크레아티프를 예로 들자면 1,200명의 학생들이 주간학교에 출석하고 기숙사에는 남학생 10명, 여학생 8명이 지내고 있는데 보유한 랩톱 숫자는 전혀 충분치 않다.

 

나라 크레아티프의 학생들은 몇 안되는 랩톱을 함께 나누어 써야 한다. (JP/Courtesy of Nara Kreatif)  

 

나라 크레아티프의 무하마드 타우픽 사감은 랩톱 한 대에 학생들 4-5명이 모여 함께 사용하는 것이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 하지만 당장은 다른 방도도 없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수치가 신기록을 경신하는 상황에서 대면 수업시대가 곧 돌아올 것 같지 않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펼쳐진 온라인수업 시대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은 인터넷 서비스와 관련 신기술의 세계로 접어드는 접근로가 너무 좁아 여러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온라인으로 뭔가 하는 건 정말 식은 죽 먹기에요. 수업을 할 때에도 5분 전에 침대에서 일어나 랩톱을 켜기만 하면 되거든요.” 나디아는 그만큼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람뿡 농촌지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6학년생 마야 레피카 사리(Maya Revika Sari)는 나디아와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그 지역의 모든 학교들이 불확실성의 장막 속에 갇혀 버렸다. 마야의 동네엔 와이파이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와 학급 친구들은 유료 데이터를 써야 한다. 마야는 그런 제약조건들을 감안해 학습일정과 장소를 어떻게 정할지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마야가 사는 동네에 우기가 찾아왔고 그중 몇 주 동안은 거의 매일 비가 왔다. 마야가 숙제를 해야 하는 날 살짝 보슬비라도 오면 그 동네에 들어오는 데이터 신호가 끊겨 상황이 엉망진창이 되곤 했다. “선생님이 보통 오전 9시에 그날 할 숙제를 보내 주세요. 하지만 비 오는 날엔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를 언제 받을 수 있을 지 알 수 없어요. 어떤 날은 친구들이 숙제 다 했냐며 문자를 보내오는데 난 아직 선생님이 무슨 숙제를 내주었는지 받지도 못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날씨뿐 아니라 마야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인터넷 접속 상태가 요동친다. 어떤 날엔 자기 방에 앉아서도 양호한 접속상태를 즐길 수 있지만 어떤 날은 부엌에서만 신호가 잡히고 정말 운이 없는 날엔 숙제를 하기 위해 친구나 친척집에 가서 인터넷 신호를 잡아야 한다. “결국 매일 옮겨다니지 않으면 안되요. 어떤 날은 이모네 집에 가기도 하고 다른 날엔 친구집에 가기도 해요. 그래서 원래 개인적으로 숙제를 해야 하는 건데 친구 폰에서 숙제가 나온 걸 보고 거기서 곧바로 숙제를 해서 제출해야 하니 결국 단체로 숙제를 하는 식이 돼요.”

 

 

신경 쓰이는 일들

마을에 들어오는 이동통신 신호가 일정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곤 한다.

 

아울리아는 마야와 같은 동네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으로 마야와 같은 학교에 다닌다. 아울리아의 어머니 니아는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도 암산에 빠른 딸이 수학천재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아울리아는 1학년 때부터 반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았고 매년 학교에서 우등상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아울리아가 반에서 3등을 했다며 자책하는 모습이 어머니로서는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울리아는 매우 영리한 아이지만 이동통신 신호가 잡히지 않아 학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 멘탈이 크게 흔들렸다.

 

“학교 공부를 이런 식으로밖에 할 수 없다면 더 이상 공부할 마음이 없다고 엄마에게 불평하곤 했어요.” 어머니는 이런 아울리아를 다독이며 달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아홉 살인 아울리아는 인터넷 연결이 점점 더 어려워지자 결국 교과서에 매달려 매일 많은 양을 되새김질하는 식으로 학업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다. “내가 책을 읽다가 책 위에 엎드려 잠든 모습을 아버지가 사진으로 찍어 놓고 놀리기도 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난 신호도 잡히지 않는 인터넷이나 선생님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공부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것인데 내가 가진 것은 교과서들뿐이거든요.”

 

정부도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문화연구기술부(전 교육문화부)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TVRI 채널을 통해 ‘재택학습(Belajar dari Rumah)’이란 제목의 교육 TV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인산 아누그라(Insan Anugerah)는 학교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학생들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수 감소는 결과적으로 학교의 자금난으로 연결된다. (JP/Courtesy of Insan Anugerah)  

 

이 프로그램이 효과적인 접근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거나 접속이 어려운 지역의 교사, 학부모 학생들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재택학습에 대한 피드백 수집 등에 유니세프(UNICEF)도 참여하고 있다. 유니세프는 주, 군 단위의 교육부문에서 오프라인 학습자료를 개발하고 코로나-19 예방 및 대응지침을 수립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제도적 문제점

팬데믹이 야기한 경제적 부담이 학생들만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많은 교육기관들도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적지 않은 학교들이 기존 학생들을 유지하고 신입생들을 새로 유치하려 애쓰는 가운데 학생수 감소가 학교의 운영자금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이 줄어들면 교육기관들이 적정 교육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고, 그 결과 학교가 유능한 학생들을 유치할 장점들을 잃게 되므로 학생수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나라 크레아티프의 무하마드 타우픽 사감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이면지 기부가 줄어들었고 이면지들을 처리해 다른 사무용품이나 칼렌더 등을 만들어 수익을 내 그 돈으로 학생들을 지원하는 구조인 나라 크레아티프 수입원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기숙사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고 거기 살던 소년들은 나라 크레아티프 사무실 2층으로 숙소를 옮겨왔다. 한달에 50만 루피아(약 4만원)의 와이파이 비용을 내기 위해 몇 명의 자원봉사 교사들이 개인 돈을 모아 힘든 자금상황을 돕기도 했다.

 

다운증후군 학생들을 위한 학교인 데뽁 소재 `인산 아누그라(Insan Anugerah)의 설립자이자 교장인 유니카 수기아르시(Junika Sugiarsih)는 온라인수업이 시행된 이후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자퇴시켰다고 밝혔다. “전체 학생 수가 16명에서 여덟 명으로 줄었습니다. 나간 여덟 명 중 두 명은 전혀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없는 학생이고 아예 전자기기 앞에 앉는 것을 거부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찬드라디무카 특수목적학교(Candradimuka Special Needs School)는 자카르타 찔란닥(Cilandak) 지역 소재 자폐아들을 위한 학교다. 설립자인 이맘 파우지(Imam Fauzi) 교장은 온라인수업 체제가 시행된 후 모집된 신입생이 15명으로 대폭 줄었다고 한다. 자폐아들이 온라인수업에 제대로 임하길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 크레아티프의 무하마드 사감은 팬데믹 시대에 학교운영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비젼을 품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영혼이 낙망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입니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그들을 가르치는 더욱 중대한 사명을 품게 되었습니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life/2021/07/21/class-struggles-how-online-schooling-magnifies-indonesias-social-disparitie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