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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체계 붕괴 상황 속 자가격리 코로나 환자들의 운명 본문
자가격리 코로나 환자들이 처한 의료 위기
인도네시아 전국의 병원들이 이미 밀려드는 환자들에 압도되어 더 이상의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자가격리 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들은 당국의 제대로 된 의료지원을 받지 못해, 때로는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자카르타에 사는 드위 파미는 6월 24일 자기 아버지를 모시고 투석치료를 위해 끄마요란 소재 헤르미나 병원을 찾았지만 아버지가 열이 있어 의사는 치료 대신 집에 돌아가 상태가 나아지면 다시 오라고 했다. 하지만 열이 사흘째 떨어지지 않아 PCR 검사를 받아본 결과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왔다. 투석 예정일보다 벌써 닷새나 늦어진 상태였고 병원 응급실엔 남은 병상이 없었다. 병상이 나길 기다리려 해도 이미 여섯 명의 다른 환자들이 입원을 기다리며 앞에 줄을 서 있던 상태였다..
아버지의 투석은 촌각을 다투는 일이었으므로 드위는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 여러 곳을 전전했다. 남부 자카르타 심뿌룩 소재 뻐르타미나 병원이 코로나 환자에게 투석치료를 할 환경을 갖추고 있었지만 역시 코로나 환자들이 이미 모든 병상을 차지한 상태여서 드위와 그의 아버지로서는 이제 자가격리 치료만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집에서 아버지의 용태를 살피는 동안 드위는 필요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백방으로 찾았다.
가까스로 투석시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런 직후 아버지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드위는 이번엔 의료용 산소통을 찾아 나섰지만 어디에서도 님은 산소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어찌어찌 버카시의 한 의료용품 상점에서 마지막 남은 산소통 한 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기대하지 못했던 행운이었다. 산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상황에서 유일하게 예전 평소가격 대로 산소통을 팔던 마지막 가게였다.
하지만 7월 3일 어버지의 용태는 급격히 악회되었고 자가격리 치료 닷새 째였던 그날 새벽 3시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향년 59세.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 드위와 가족들은 아버지의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또 다시 온갖 어려움을 마주해야 했다. 그는 끄마요란 소재 보건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통장(RW)의 도움을 받아 드위는 마침내 아버지를 인근 공동묘지에 코로나-19 매장 프로토콜에 따라 장사 지낼 수 있었다.
원격진료가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코로나19 제2차 확산으로 자가격리 치료를 강요당한 이들은 비단 드위의 가정 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활성환자들은 6월 초 10만 명에서 7월 9일(금) 36만7733명으로 급증했다. 이들은 대부분 중증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지만 병원들은 이미 몰려든 환자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어 많은 환자들이 자가격리 치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부 자카르타 한 보건소의 일반의 파즈리 아다이는 자기 환자들을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수십 군데 병원에 전화를 하거나 방송으로 병상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한다. 병원들은 이미 감당할 수 있는 숫자 이상의 환자들을 입원시킨 상태이고 병원 내 감염전파 우려도 더욱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자가격리 치료 중인 환자들은 치료나 의약품 처방 또는 필수적인 의료조치를 받기조차 어려운 처지에 내몰렸다. 자원봉사단체 라뽀르코비드-19(LaporCOVID-19)는 지난 6월 이후 의료시설 바깥에서 사망한 코로나-19 환자들이 365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맞아 부디 구나디 사디킨 보건부 장관은 자가격리 치료 중인 코로나 경증환자들에게 무료 원격진료와 의약품 처방을 약속하기도 했다. 보건부는 여러 개의 무료 디지털 보건의료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보건부와 연계된 전국 750개 연구검사소들은 코로나-19 검사 양성을 받은 이들에게 무료 온라인 자문 사이트 링크를 문자로 보내주고 약품은 택배로 배달해 준다. 원격진료와 별도로 보건소 의사들은 전화나 비디오콜로 자가격리 치료 중인 환자들을 관리한다. 이들 환자들에겐 증상 완화를 위한 약품이 무료로 제공된다. 자가격리 중인 환자의 용태가 나빠지면 보건소는 지정병원을 찾아 환자를 앰뷸런스로 이송한다.
보건부 장관이 말하는 이런 제도가 실제 작동되고 있을까? 프로토콜은 이토록 완벽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시행되고 있느냐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이런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의료시설 밖에서 죽은 코로나 환자들 숫자는 훨씬 적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의 솔선수범
족자에 사는 30세 주부 리타과 다섯 명의 가족 전원은 코로나-19 검사 양성결과를 받아 인근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치료를 지시받았다. 보건소의 의료진들이 그들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했고 당뇨를 앓고 있는 리타의 어머니에겐 비타민 보조제와 의약품을 제공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호흡곤란을 겪는 중이고 산소포화도는 88%까지 떨어졌다. 건강한 사람의 산소포화도는 95% 이상이다.
리타는 따로 사는 오빠에게 종종 산소통을 충전해 달라 부탁하는데 전국적으로 의료용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산소 충전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야야산 운뚝뜨만(우정 조합)이란 지역 커뮤니티 단체가 나서 족자 전역의 산소 충전소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리타 역시 오빠가 산소통을 들고 시내를 달리는 동안 충전소 하나하나 모두 전화를 걸어 재고 유무를 확인한다.
최근 wargabantuwarga.com 같은 웹사이트를 포함한 지역사회 개인과 단체들이 나서 자가격리 치료 중인 사람들을 위해 병원들의 병상현황, 산소통 수배, 가용한 앰뷸런스 등에 대한 추가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활동을 보다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예의 웹사이트를 개설한 아난다 바두두는 원래 음악가인데 팬데믹 시대에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에 스스로 뛰어든 케이스다. “매체를 통해 관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정부가 팬데믹 상황을 너무 과소평가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들끼리라도 서로 돕자고 이런 플랫폼을 만든 겁니다.”
아난다의 말처럼 생계의 벼랑 끝까지 내몰린 각 지역의 서민들, 특히 자가격리 치료 중인 인도네시아의 서민들과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며 자신만만해하는 중앙정부 관료들과의 현실인식 사이에는 아무래도 극복하기 어려운 거대한 간극이 있는 게 분명하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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