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재벌의 놀라운 도피행각

인도네시아 재벌의 놀라운 도피행각

2020년 7월 7일 자카르타 포스트 사설

 

2009년 당시 횡령범 조코 짠드라가 발리은행에 대한 중앙은행 유동성지원금(BLBI)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에 선 모습 (JP/Arief Suhardiman)  

 

사람들이 범법도주자인 재벌 조토 수기하르토 짠드라에게 ‘조커’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은 그가 인도네시아 사법 시스템을 웃음거리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당초 사법시스템이 법 앞에 만인의 평등이라는 원칙과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고귀한 가치를 고수했다면 조코가 사법제도를 그렇게까지 조롱하는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조코는 지난 11년간 정의의 칼날을 교묘히 피해왔는데 이는 조력자들과 부패한 관료주의로 인해 가능했던 일이다. 조코는 그런 식으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다른 여러 도망자들 중 한 명일뿐이다. 도망자 명단엔 1996년 동부 자카르타 찌삐낭 교도소를 탈출한 부정부패범 에디 딴질과 최근 PDI-P 당원 하룬 마시쿠 등도 올라 있다.

 

 

조코 찬드라

 

 

에디 딴질

 

 

하룬 마시쿠

 

이들의 공통점은 부정부패범이란 사실만이 아니라 이 나라의 권력층과 어떤 식으로든 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코는 2009년 부패척결위원회(KPK)가 그에게 출국금지조치를 내려놓은 상태에서 전세기를 타고 유유히 파푸아뉴기니로 탈출했었다. 이전에도 수도 없이 정의구현의 걸림돌을 깔아 놓았던 전력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때에도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구제금융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대법원이 2년 징역형을 확정하기 하루 전에 기막힌 도주극을 펼쳤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는 소리소문도 없이 인도네시아에 입국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이미 3개월 째 인도네시아 모처에 머물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이민국은 그의 귀국을 인지하지 못했음을 인정했고 ST 부르하누딘 검찰총장은 지난 6월 29일 국회 청문회에서 조코의 입국사실에 경악하며 첩보수집의 실패를 인정했다. 부르하누딘의 전임자인 무하마드 쁘라스티요는 일전에 조코가 파푸아뉴기니에 실제로 살고 있진 않지만 이미 그곳 시민권을 획득한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조코가 귀국한 것은 대법원에 해당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그는 남부 자카르타 남부 그로골 구청에서 전자신분증을 신청해 30분만에 발급받았는데 일반 시민들이라면 한 달 이상 걸리는 절차는 조코는 전광석화처럼 끝마쳤다. 마치 그에게만 연속적으로 행운과 기적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국가주민등록시스템이 조코 같은 도망자가 신분증을 발급받을 때까지 관련 공무원들에게 아무런 경보가 뜨지 않았다는 사실에 시민들이 눈꼬리를 치켜 뜨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찰은 그가 재심청구 청문회에 출석할 때 그를 체포해야만 하지만 그가 두 번씩이나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청문회를 연기요청하면서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 연기는 지난 월요일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난 11년간 그랬던 것처럼 그는 또다시 체포를 교묘히 피하려 할 것이므로 당국은 그가 범법도망자 신분이라는 사실에 주목해 강제적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조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웃기고 자빠라진 비정상적인 상황은 국가부처간의 조율이 얼마나 엉망진창인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일개 개인이 법을 가지고 놀도록 만드는 창피스러운 법적 허점들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조커가 더 이상 웃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인도네시아 사법 시스템이 마땅히 해야만 할 일이다.

 

그는 자신이 현재 (어느새) 말레이시아에 있다고 주장하며 또 다시 청문회 연기를 요청해 다음 청문회는 7월 20일에 잡혔다. 그는 앞서 언급한 혐의로 2009년 당시 2년의 징역형과 5,460억 루피아(약 500억원)의 추징금의 선고가 이미 확정된 상태다. 그는 이제 이런 서커스같은 신출귀몰한 치고빠지기 작전을 구사하며 그 선고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그가 성공한다면 인도네시아는 어떤 이들에겐 기적적인 나라가, 또 어떤 이들에겐 매우 절망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academia/2020/07/07/above-the-law.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