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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s Members 본문
헤븐스멤버
한 사람의 진심이 주변 사람들을 움직이고 그 결과 발생한 일말의 질적 변화가 들불처럼 번져 지역사회는 물론, 마침내 국가와 세계 단위의 변혁을 가져오는 것을 이따금 보곤 하는데 2005년 땅거랑에서도 그런 비슷한 사건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믿고 의지하던 남편을 잃고 하늘이 무너져 내린 그녀가 왜 하필 그 순간 남들의 무너지는 하늘을 대신 지탱해 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카라와치 소재 아마르타뿌라 아파트에 살던 주부 P가 구슬땀을 흘리며 튀긴 닭을 한 아름 들고 땅거랑 길바닥에 무작정 나가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던 그 마음을 감히 헤아리긴 힘든 일이다. 그렇게 몇 번씩이나 내민 진심에 정말 고마워하는지 알 길 없는 표정으로, 한번 먹고 없어질 닭 대신 좀 더 오래 먹을 수 있는 쌀을 달라던 빈민들의 볼멘 소리에 어쩌면 마음 상할 법도 한데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버리고 이제 그 쌀을 어떻게 구해 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얼마간의 순수함과 무대포가 진심과 섞이는 순간 거기서 발생하는 강력한 스파크가 때로는 벼락처럼 주변사람들을 감전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한 구제활동에 L, H 등 이웃 주부들이 이끌려 참여하면서 동포사회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막무가내 봉사단체 헤븐스멤버가 태동했다.
왜 이렇게 만들어진 모임의 이름을 Heaven's member라고 정했을까....이런 것도 생각해 보았다.
직역하자면 천국회원이란 뜻이니 '우린 전부 천사'라든가 '봉사 열심히 해서 천국 가요'라는 의미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 일을 시작하던 박한미 회장이나 거기 이끌린 이들이 꼭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진 않다. 더욱이 인터뷰 하면서 들은 얘기론 다들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적인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들이 하려고 하는 일이 천국의 사업처럼 성스러운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난 당시 P 회장이 이 이름을 지을 때 이미 Heaven's Member가 되어 있던 남편을 떠올렸던 것이리라 믿는다.
이후 헤븐스멤버는 땅거랑 한센인 거주지인 시타날라 마을에 주력했다. 실태조사를 통해 지원대상 가구를 선정하고 일부 독지가들의 지원과 중고벼룩시장 수익금을 모으고 또 모아 2020년 현재 89가구에 매주 토요일마다 5킬로그램의 쌀을 지원하고 있다. 쌀 한 부대의 가치란 얼마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전업주부들이 매월 2톤 전후, 연간 20톤 넘는 쌀을 사서 한 마을을 돕는 건 분명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일을 헤븐스멤버는 지난 15년간 단 한 주도 빠뜨리지 않았다.
헤븐스멤버의 기부금 모금이 여의치 않은 이유는 기업들이 전년도 경상이익의 5% 이내 금액을 사회법인에 기부할 경우 세액공제를 받는 규정에 정식 사회법인(Yayasan)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헤븐스멤버는 해당사항이 없어 기업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측면도 크다.
하지만 헤븐스멤버는 쌀 지원에 그치지 않고 마을 독거노인들의 반찬비와 약값도 지원하고 있다. 빈민촌에 사는 나환자 자녀라서 사회경제적 불리한 환경 때문에 쉽게 진학할 여건이 안되는 아이들을 위해 2014년~2017년 기간엔 공부방을 운영하며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시타날라 마을을 돕는 한인 기업이나 단체, 개인들은 사실 적지 않아 서로 소통하고 조율하면 비용이나 수고 면에서 조금 더 수월한 길이 있을 것도 같은데 헤븐스멤버는 우직하게 지난 15년간 했던 방식 그대로 해 나갈 뿐이다. 그 마을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다른 이들의 종교적, 도덕적 신념을 조금도 폄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지 헤븐스멤버의 막무가내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의 시작이 되었던 2005년 어느 날, 튀긴 닭을 싸들고 무작정 길거리로 나서던 P 회장의 초심은 하늘이 무너진 나보다 길바닥에서 배를 곯는 이들을 더욱 불쌍히 여겼던 연민이었고 그것은 오늘 헤븐스멤버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공유하고 만 인류애와 희생정신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202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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