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사필귀정이란 매우 잔인한 말 본문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던 이가 있습니다.
나도 그에게 큰 고통과 모욕을 당했죠.
하지만 그는 뉘우칠줄 몰랐습니다.
그는 사람들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을 당연히 여겼습니다.
거래선에게 물품대금을 주지 않거나 미루는 것도 다반사였고요.
그러면서 그는 자재를 수입한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밀수를 저질렀고
그게 걸리더라도 경찰한테 돈 몇 푼 주면 끝난다고 쉽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원단밀수하던 이들이 여럿 유치장에 딸려 들어갈 때에도
그만은 언제나 건재했었죠,
월급도, 자재대금도 주지 않는 이가 자기 자식의 유학자금은 몇 만불씩 넘치도록 보냈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줘야 할 돈을 왜 주지 않느냐 따지면 재떨이가 날아왔습니다.
월급이나 자재대금이란 공급된 노동력과 납품된 물건에 대한 대금이니
결국 그만한 재화를 남에게 빌려쓰고 있다는 의미인데도
그는 돈 받으려면 줄 서서 기다리라고 큰소리를 뻥뻥 치곤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몇 개월씩, 때로는 몇 년씩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왕처럼 굴었습니다.
그는 이제 건재할 정도가 아니라 승승장구하기까지 했습니다.
더 큰 회사를 일구고 더 큰 거래선들과 제휴했죠.
물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굴레에 빠져 신음해야 했을 것은
얼마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소식을 오래동안 듣지 못했지만
그는 잘나가는 사장님, 존경받는 안수집사였습니다.
물론, 난 그가 존경받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에 수없이 널린 그저 돈많고 수완좋은 인간 쓰레기였는데 말입니다.
그러다가 그의 아들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가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죽음에 이른 과정은 더욱 충격적이었어죠.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그는 아버지와 자주 말다툼을 벌였던 모양입니다.
아버지는 임금도 자재대금도 주지 않고서 그돈을 모아 아들의 유학 뒷바라지를 했지만
아들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고
남들에게 포악하고 인색했던 아버지는 아들에게도 어쩌면 비슷한 면모를
가끔 내비쳤을지도 모릅니다.
어느날 말다툼이 매우 크게 벌어졌던 날,
감정이 격앙된 아들은 아버지에게 혼자 잘 살아보라고 외치며
아파트 난간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돈을 많이 번 그는 당연히 팬트하우스에 가까운 아파트 고층에 살았고
중력과 가속도는 아들의 목숨을 단번에 빼앗아 갔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것을 사필귀정이라 하는 것은 매우 잔인한 일입니다.
누군가의 죽음에 축배를 올리며 기뻐 날뛰는 인간들은 그들 역시 쓰레기들이죠.
그 일로 그의 마음 속 일부도 그때 죽어버렸을 것입니다.
그는 비통하고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세상이 그를 버린 것 같아 세상이 밉고 스스로가 미웠겠죠.
하지만 그는 예전에 자신이 그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었다는 사실을,
그들도 무척 괴로워 했을 거란 사실을 여전히 깨닫지 못합니다.
당연히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아들을 빼앗아간 세상에게 사과하라 기염을 토합니다.
아들을 데려간 하나님께 아들을 돌려달라 이를 갑니다.
세상 모든 이들이 그의 원수처럼 여겨집니다.
물론 이제 그는 그런 것을 입밖에 내서는 안된다는 정도의 지혜는 얻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존경받는 안수집사이고
불시에 아들을 잃은 불행한 아버지입니다.
그가 예전에 쓰레기처럼 살지 않았다면 많은 이들의 위로를 받았을 테죠.
물론 그에게 돌려받을 돈이 아직 남아 있는 이들의 위로는 받았습니다.
2018.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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