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하멩꾸부워노 4세 3

[소설] 디포네고로 왕자와 자바전쟁 (9)

디포네고로 왕자와 자바전쟁 (9) 나폴레옹 전쟁으로 멸망하다시피 했다가 간신히 되살아나 동인도로 돌아온 네덜란드는 과거의 기득권을 주장하며 족자 술탄국을 신속히 다시 손에 넣기 위해 이 시기에 전방위적으로 끄라톤 왕족들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자바땅을 잠시 영국에게 맡겨 놓았던 자기 보따리처럼 여기는 네덜란드의 행태가 디포네고로 왕자 눈에 곱게 보였을 리 없습니다. 그때 그들이 가장 공을 들여 회유하려 한 사람은 다누레죠 4세 재상이었습니다. 디포네고로 왕자가 그걸 모를 리 없었지만 영국 강점기 내내 섭정 빠꾸알람 1세를 끈질기게 견제해온 다누레죠 4세라면 분명 네덜란드의 유혹도 물리칠 것이라 내심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집요했고 거대한 이권이 걸리자 다누레죠 4세가 욕망 앞에 흔들리는 것은..

[소설] 디포네고로 왕자와 자바전쟁 (7)

디포네고로 왕자와 자바전쟁 (7) 제3장 왕위를 포기하다 하멩꾸부워노 3세는 술탄이 된 후 아직도 뒤숭숭한 왕궁의 상황을 수습하기는커녕 매번 식사를 물리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등 육체적 정신적 건강문제를 노출시키며 국사에 대해 아무런 의욕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기저에는 그가 어떤 의지와 목적을 가지고 있든 영국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결코 성취할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 왕국에서 일어난 사건들로 인한 충격과 이제 술탄으로서 왕국을 위하기보다는 이민족들에게 휘둘려야만 한다는 현실은 큰 중압감으로 다가왔고 정신적 부담을 견디지 못한 그의 육체는 날로 쇄잔해 꼬챙이처럼 말라갔습니다. “이럴 때 왕자님이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술탄 전하의 힘이 되어 주십시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