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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보고서] 인도네시아 코로나 시기 영상산업 지원정책

beautician 2022. 3. 8. 11:58

 

인도네시아 코로나 시기 영상산업 지원정책

 

1. 들어가는 글

 

인도네시아는 2020년 3월 4일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후 첫 3개월가량 사실상 거의 모든 경제부문이 완전히 멈춰서다시피 했다. 몰과 식당들이 충격을 어느 정도 추스르고 강력한 방역 프로토콜을 기반해 철저히 인원과 시간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 2020년 6월부터의 일이지만 상영관들이 관객들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4개월이 더 늦은 그해 10월부터의 일이다. 상영관 산업은 실질적인 장기간 영업중단, 폐쇄공간에 대한 관객들의 심리적 공포 등으로 인해 코로나 타격이 가장 심한 산업이 되었다.

 

자카르타 상영관들을 기준으로 보면 2020년 3월 중순부터 전면 영업을 중지한 후 그 사이 영업재개 일정이 몇 차례 나왔지만 매번 연기되다가 10월 초가 되어서야 자카르타 주정부가 상영관 영업재개를 허용했다. 그러나 자카르타 시내 여러 상영관 체인들 중 즉각 영화상영을 시작한 곳은 상영관 업계 2위 사업자 CGV 시네마스의 네 개 지점뿐이었고 업계 1위 사업자 Cinema XXI는 말루꾸의 떠르나테(Ternate), 파푸아의 자야뿌라(Jayapura), 깔리만탄의 뽄띠아낙(Pontianak)과반자르마신(Banjarmasin), 사마린다(Samarinda), 자바의 반둥(Bandung) 등 6개 도시에서만 10월 17일(토)부터 일부 문을 열었고 자카르타 지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은 주정부의 허가가 나온지 한 달 후인 11월 16일부터다. 문을 닫은 지 8개월만이었다.

 

자카르타 상영관들을 개관하지 않는 이유는 상영할 영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지만 당시 감염확산방지를 위해 방역당국이 발령한 영업제한과 이동제한을 포함한 이른바 대규모 사회적 규제조치(PSBB)로 상영관 입장 인원을 수용능력의 25%로 제한해 영화제작자들이 상영관 개봉을 꺼리면서 상영관 사업자들의 크게 반발했다. 결국 수용능력의 50%까지 관객을 들이는 것으로 곧 조정되었으나 실제로 관객이 수용능력 50%를 넘길 정도로 동원된 것은 그로부터 1년도 더 지난 2021년 12월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개봉된 이후부터다. 그보다 1년 전인 2020년 11월 하순 <원더우머니 1984>와 <반도>가 상영될 당시 전국 상영관 어디든 스튜디오 사이즈나 시설을 막론하고 대부분 단단위 숫자의 관객들이 들었다.

 

그렇게 2020년 10-11월 사이 영업을 재개한 상영관들은 해고했던 직원들을 다시 채용하며 순차적으로 재개관 영업점들을 늘려 CGV의 경우 2021년 6월 기준 전국 상영관 68개 중 56개가 영업을 재개했으나 델타 변이가 주도한 2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자카르타는 6월 24일부터 대부분 점포와 위락시설들이 문을 닫았고 상영관들도 최소 7월 20일까지 한 달 간 다시 영업을 중단했다. 사실상 전국 상영관들이 팬데믹 첫 2년 간 8~9개월씩 강제로 문을 닫은 셈이다.

 

표1: 2020년 3월 인도네시아 상영관 현황 (단위: 개)

상영관 이름 영화관 수 스크린 수 상영관 기준 점유율
시네플렉스 21 313 미확인 60.6%
CGV 시네마스 69 401 13.3%
시네폴리스 63 미확인 12.2%
뉴스타 시네플랙스 26 미확인 5.0%
플래티넘 시네플랙스 10 미확인 2.0%
기타 독립상영관 35 미확인 6.8%
Total 516 (2000여개) 100%

* 출처: 필름인도네시아 (2020. 3. 9)

 

극장 기준 86%를 차지하는 상영관 업계 1~3위 업체인 시네플렉스 21(Cinema XXI), CGV 시네마스, 시네폴리스(Cinepolis) 등 대기업들은 노는 스튜디오를 기업 세미나 장소로 임대하는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며 근근히 살아남았으나 나머지 군소업체들은 대부분 재무, 인사, 노무 등 전반에 걸쳐 극심한 위기를 겪었다.

 

2020년 3월부터 사실상 촬영이 멈췄던 영화제작은 그해 9월부터 일부 재개되기 시작했지만 철저한 방역 프로토콜을 적용하면서 30% 정도의 비용상승을 피할 수 없었다. 2020년 9월 촬영을 강행한 <친구인데 결혼해2>(Teman Tapi Menikah 2), <슬라멧 가족>(Keluarga Slamet) 등은 엑스트라를 포함해 전체 크루를 대상으로 10~12일에 한 번씩 코로나 신속진단키트 검사를 했고 촬영 전후 촬영장 소독을 실시했다. 외부인의 방문도 받지 않았고 만약 꼭 방문해야 할 경우 방문자는 반드시 래피드 검사 음성결과지를 지참해야 했다. 기나 S. 누르(Gina S. Noer) 감독의 <첫사랑, 두 번째, 세 번째>(Cinta Pertama, Kedua & Ketiga)작업 당시엔 배우들의 캐릭터 연구, 대본 읽기, 컨셉 협의 등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촬영장에서의 체온검사, 손소독제 배치 등은 물론이고 누구든 편집실에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려면 또 다시 래피드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2020년 상반기에 대부분 촬영과 편집을 마친 파자르 부스토미 감독의 함카(Hamka) 전기영화 <부야 함카(Buya Hamka)>에 출연했던 32세의 남자배우 아데 피르만 하킴(Ade Firman Hakim)이 2020년 9월 14일 코로나로 사망하면서 영화촬영현장에서 코로나에 대한 리스크와 경각심이 더욱 증폭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현지 영화산업이 무너져 내리는 동안 정부지원은 대체로 미미했다. 영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본격적인 지원 제스쳐는 2021년 상반기부터 시작되었지만 실제로 지원예산이 확정된 것은 2021년 말이 임박해서의 일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그간의 경과와 정부지원의 대략을 조사했다.

 

 

2. 팬데믹 시기 정부지원 배경과 경과

 

1) 2020년

 

2020년 인도네시아 정부의 최대 화두는 행정수도 이전이었고 지금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인 자신의 2차 임기(2019~2024) 내에 이룬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현재 자카르타에 밀집된 국가행정기능을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동부 깔리만탄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새 수도의 기본 청사진과 누산타라(Nusantara)라는 도시 이름까지 나온 상태다.

 

하지만 2020년 3월 코로나가 상륙하면서 수도 이전을 위한 예산 대부분과 각 부처에 다른 용도로 배정되었던 예산들도 상당부분 코로나 방역 및 코로나로 직장과 수입을 잃은 국민 지원을 위한 자금으로 전용되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2020년에 영화산업의 코로나 피해자 구제나 산업 복구를 위한 정부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사실상 별다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화산업이 구조적으로 정부지원 우선순위에서 크게 뒤쳐졌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2019년 조코 위도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 5년간 대통령 직할기관으로서 영화산업을 비롯해 16개 창의산업(문화산업) 정책결정을 주관해 온 창조경제부(Bekraf)가 관광부에 흡수되어 관광창조경제부가 되었고 대선 당시 그린드라당 총재 쁘라보워 수비얀토(Prabowo Subianto)의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였던 유력한 산디아가 우노(Sandiaga Uno) 전 자카르타 부지사가 2020년 12월 신임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영화산업의 획기적 발전이 기대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코로나 상황에 돌입하면서 발리를 비롯해 국가수입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관광산업이 붕괴하자 영화산업은 사실상 2021년 상반기까지도 부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쳐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편 영화산업 교육과 지원을 담당하던 교육문화부 산하 영화진흥센터(Pusbang Film)가 2019년 영화과로 흡수되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연구기술부를 합병해 교육문화연구기술부로 확장하면서 부처 내 영화부문 비중이 더욱 약화된 가운데 코로나로 인해 2년 가까이 온라인수업이 계속되고 있어 부처의 최우선 과제는 당연히 취약층 학생들까지 온라인수업이 가능하게 하는 것과 조속히 대면수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국 학교들을 준비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2020년 영화산업 코로나 피해에 대한 정부지원은 여러 면에서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 2021년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2021년 3월 영화인들이 대통령에게 영화산업 재건을 위한 공개서한을 보내면서부터였다.

인도네시아 영화인들은 2021년 3월 5일 코로나 19 팬데믹 와중에 스크린 산업 재건을 위해 다시 작업할 수 있도록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 도움과 지원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는데 여기엔 유명 영화인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고 팔콘 픽쳐스, MD 픽쳐스 등 주요 영화제작사들도 같은 내용의 서한을 영상으로 업로드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인 3월 9일 영화인 마르셀라 자리안티(Marcella Zalianty), 마노지 펀자비(Manoj Punjabi), 레자 라하디안(Reza Rahadian)이 각각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위원회(BPI)와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사 협회(APROFI) 및 인도네시아 영화배우협회(PARFI)를 대표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접견하여 재차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영화제작자, 영화감독, 배우, 상영관 사업자, 영화관련 협회간부들,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위원회(BPI)까지를 망라하는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종사자 일동이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한 이 공개서한은 다음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담았다.

 

(1) 투명한 운영 메커니즘을 갖춘 국가경제회복기금(PEN) 지원으로 영화배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영화산업 부양책 마련

(2) 펜데믹 상황에 영화관에서의 영화관람이 가진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보건부 및 코로나19 대응팀과 합동으로 “극장으로 돌아가자” 캠페인 실시

(3) 인도네시아 영화사업자들에게 부가되는 연예세의 조속하고도 실효적인 경감,

(4) 영화불법복제 박멸,

(5) 영화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신속한 백신접종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들 요구사항을 흔쾌히 수락했다.

대통령은 각 부처들과 즉시 의견을 모아 부양책 마련은 물론 상영관에서 코로나-19 통제방안, 영화인들의 백신접종 등 모든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아이르랑카 경제조정장관이 위원장을 맡은 코로나19 대응 및 국가경제재건 위원회(KPC-PEN)는 영화산업이 조속히 정상화되어 코로나 사태의 타격을 이겨낼 부양책 마련을 위해 2020년 3월 19일(금) 뜨리아완 무나프(Triawan Munaf) 전 창조경제위원장, 미라 레스마나(Mira Lesmana), 디안 사스트로(Dian Sastro), 위키 올린도(Wicky Olindo), 조코 안와르(Joko Anwar), 드윈타 후타카올(Dewinta Hutagaol) CinemaXXI 임원, 수닐 사만타니(Sunil Samtani), 찬드 파르웨즈(Chand Parwez) BPI 위원장, 앙가 드위마스 사송코(Angga Dwimas Sasongko.) 비시네마 CEO 등을 만나 첫 대책회의를 가졌고 이 자리엔 영화산업 관련 여러 협회들이 온라인으로 이 회합에 참여했다.

 

부양책의 윤곽은 영화산업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상영관 운영을 최적화하여 영화제작자들이 다시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전제로 다시 제작을 시작해 그 하위 섹터들도 함께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즉 영화산업 회복과 재건의 출발점은 상영관이 제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란 인식을 같이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극장으로 돌아가자’ 캠페인, 티켓 한 장 당 4장분의 보조금을 지급해 상영관 손해를 최소화하고 영화제작자들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방안, 영화 티켓 한 장을 사면 한 장을 무료로 주는 1+1 프로모션 등이 논의되었다. 영화산업 재건을 위한 부양책 예산은 5,000억 루피아(약 387억 원) 수준으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금전적 지원은 2021년 말 이전까지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고 단지 2021년 4월부터 장관급 고위공무원들이 솔선수범을 보이는 ‘극장으로 돌아가자’ 캠페인, 영화산업 종사자들에게 대한 우선적인 코로나 백신접종 정도가 실제 진행되었다.

 

경제회복기금(PEN)을 통한 자금지원은 2021년 12월에 이르러 비로소 현실화되었으나 해당 총액은 3월 거론된 규모의 4분의1 수준에 머물렀다.

 

3) ‘극장으로 돌아가자’ 캠페인

 

2021년 4월 12일(월) 중부 자카르타 뻐강사안(Pegangsaan)로 21번지 메르토폴 XXI 상영관에서 ‘극장으로 돌아가자’ 캠페인 선포행사에 산디아가 우노 관광창조경제부 장관이 참석해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재건을 위한 몇 가지 약속을 재확인했는데 그 중 하나는 촬영 허가발급을 간편하게 하는 것이었다. 코로나 상황 속 방역문제로 영화촬영허가가 쉽게 나지 않는 상황에서 관광창조경제부가 나서 관련 절차 간소화를 위해 도시관리국 보조경찰단(Satpol PP), 보건부, 경찰, 코로나 신속대응팀 등 모든 관련 부처들과 조율이 필요했다.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관광지원금 형태의 지원, 세제 감면 형태의 지원도 약속했지만 이는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후 ‘극장으로 돌아가자’ 캠페인은 5월에 절정을 이루었다.

1988년 작 영화 <쭛냐디엔(Tjoet Nya' Dhien)>의 복원작업이 네덜란드에서 완료되어 5월 20일 국가각성일(Hari Kebangkitan Nasional)에 맞추어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Cinema XXI 계열 5개 상영관에서 재개봉되었는데 이에 맞춰 현 정부 장관들 관람이 줄을 이었다. 쭛냐디엔은 1848~1908년 네덜란드 식민정권에 대한 무력투쟁을 이끌었던 아쩨(Aceh)지역 대표 여성 독립투사다.

 

5월 20일(목)에는 국영기업부 에릭 토히르 장관이 빠할라 만수리(Pahala Mansury) 제1차관, 키르티카 위료앗모죠(Kartika Wirjoatmodjo) 제2차관, 영화 관계자 크리스틴 하킴, 스라멧 라하르조, 에로스 자롯 감독과 함께 중부 자카르타 소재 플라자스나얀 몰의 Cinema XXI 상영관을 찾았고 인류문화발전 조정부 무하지르 에펜디(Muhadjir Effendy) 장관도 5월 23일(일) 저녁 두 자녀 및 YB 사티야 사나누그라하(YB Satya Sananugraha) 장관비서실장, 정신혁명, 문화발전 및 스포츠 부문 뇨만 슈이다(Nyoman Shuida) 국장, 인도네시아 상영관사업자연맹(GBPSI) 죠니 샤프루딘(Djonny Syafruddin) 협회장 등과 함께 상영관을 찾았다.

 

산디아가 우노 관광창조경제부 장관도 5월 30일 관광창조경제부 디지털 경제 및 창의경제상품 부문 닐 엘 히만(Neil El Himan) 국장, 2011-2013년 관광창조경제부 차관을 역임한 삽타 니르완다르(Sapta Nirwandar), 부처 소통위원장 핀센시우스 저마두(Vinsensius Jemadu) 및 아쩨 공동체에서 온 일단의 사람들과 함께 단체관람했다.

 

이외에 이다 파우지아 노동부 장관도 5월 27일 같은 상영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영화산업 종사자들에게도 인도네시아 노동자격표준(SKKNI)을 적용한 유능한 영화인력 조달정책을 설명하는 등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약속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재건을 위해 여러 관련 정책을 고안해 발표했다.

 

그림 2. <쭛냐디엔((Tjoet Nya' Dhien)> 영화 포스터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한 달 뒤인 2021년 6월 24일 델타 변이 주도 코로나 대유행으로 전국 상영관들이 약 한 달 간 다시 문을 닫게 되면서 ‘극장으로 돌아가자’ 캠페인도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4) 경제회복기금(PEN)을 통한 자금지원

 

산디아가 우노 관광창조경제부 장관은 2021년 12월 16일(목) 영화 부문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창의근로인력들을 재흡수하여 영화산업 재건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가 영화계 종사자들에게 국가경제회복 지원금 1,365억 루피아(약 114억 원)를 배포한다고 밝혔다. 이 자금지원의 목적이 젊은 영화인들의 수준높은 영화작품 제작 지원에 있다. 영화계 지원은 영화제작지원 부문, 홍보 부문, 사전 제작 부문 등 세 가지 부문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지원으로 약 1만4,000명의 영화산업인력들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1) 제작비 지원

제작비원을 받은 업체는 56곳으로 23개 영화제작사와 33개 영화커뮤니티가 제작하는 29편의 단편영화, 27편의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각 영화제작사나 영화커뮤니티들은 영화 한 편당 2억5000만 루피아(약 2,08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해당 지원금은 자카르타, 반둥, 족자, 스마랑, 수라바야 등 자바섬 대도시 영화사들에 집중되지 않고 수마트라와 깔리만탄, 발리, NTT, 술라웨시 등에 소재한 크고 작은 도시들에도 배포되었다.

 

(2) 홍보 부문 지원

홍보 부문 국가경제회복 지원금 수령자는 22개 영화제작사들이다. 총 예산은 330억 루피아(약 27억 원)으로 각 영화사들은 15억 루피아(약 1억2500만 원)씩 수령했다. 홍보는 빌보드, 포스터, 현수막 등 오프라인 재래 미디어를 통한 홍보가 일반적이지만 소셜미디어, 밀레니얼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또 다른 매체 사용도 포함된다.

 

(3) 사전제작 지원

사전제작 지원 부문에서는 50개 영화제작사가 689억 루피아(약 57억 원)를 지원받았다. 각각의 영화에는 8억6000만 루피아(약 7,160만 원)이 지원된 셈이다.

 

 

3. 정부 및 지방정부의 지원정책

 

영화산업 지원과는 별도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와 관련해 재난지원금 성격의 신규 지원금을 일부 신설하거나 기존의 빈민 지원 정책을 강화하기도 했다. 전국민 중 특정요건을 충족하는 이들, 특히 취약계층 빈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이지만 수혜자들 중엔 분명 영화계 종사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중 2022년 2월까지도 아직 지원되고 있는 몇 가지 유형의 코로나 관련 지원금들은 다음과 같다.

 

(1) 사회부의 사회적지원금(Bansos)

2020년 12월 장관이 코로나 지원금을 횡령해 우리 고위공직자수사처와 같은 부패척결위원회에 체포된 후 새 장관 밑에서 기강이 확립된 인도네시아 사회부는 취약계층 대상의 희망가족프로그램(PKH)와 비현금식량지원(B{NT)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강화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a. 임산부와 유아가 있는 가족: 월 300만 루피아(약 25만 원)

b. 학비지원

- 초등학생 월 90만 루피아 (약 7만5,000원)

- 중학생 월 150만 루피아 (약 12만5,000원)

- 고등학생 월 200만 루피아 (약 16만7,000원)

c. 장애인 및 노인지원: 월 240만 루피아(약 20만 원)

 

(2) 마을기금 현금지원 (BLT Dana Desa)

소외지역개발 및 이주부가 주관하는 마을기금의 40%는 불우한 주민지원에 지출되는데 수혜자 가족에게 가구당 월 30만 루피아(약 2만5,000원)를 지급한다.

 

(3) 구직카드(Kartu Prakerja)

2022년 구직카드 수혜자는 18세 이상 구직 중인 성인으로 팬데믹 기간 중 다른 관련 지원을 받지 못한 300-450만 명을 대상으로 구직에 도움이 될 만한 전문분야 교육을 제공한다.

 

 

4. 나가는 글

 

인도네시아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카르타 기준 사회적활동규제조치(PPKM) 1단계까지 떨어졌던 방역수위를 2022년 2월 오미크론이 주도하는 코로나 3차 대유행을 맞으며 다시 4단계까지 올렸지만 국민 대다수가 실제 감염이나 백신접종에 의해 거의 집단면역에 근접했다는 자신감, 오미크론의 상대적으로 낮은 위중증화 비율에 힘입어 오히려 외국인 입국자 격리기간도 2월의 3~7일에서 3월엔 3일, 4월엔 완전폐지하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 주요 장관들도 코로나가 팬데믹에서 풍토병으로 접어드는 과정에 있다고 서슴없이 발언하고 있다. 2년을 끌었던 코로나 위기는 어떤 식으로든 조만간 종식될 조짐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정부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다시 행정수도 이전이 될 것이다. 팬데믹이 절정이던 와중에도 사실상 외면당하다시피 한 영화산업에 지난해 12월 일단 어느 정도 지원금이 지급된 상태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더 이상의 포괄적인 지원금을 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상영관 산업이 가장 혹독한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독과점하고 있는 대기업들에겐 그간 별다른 지원이 없었다. ‘극장으로 돌아가자’ 캠페인 역시 상영관보다는 영화제작사 지원에 방점을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영화제작사들에 대한 지원으로서 정부 당국은 그간 AKTARA 포럼을 통해 영화제작자와 투자자를 매칭시키는 사업을 해왔는데 국영기업부가 국영영화제작소(PFN)을 영화제작비 대출기관으로 전환시키고 최근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 기업들이 영화제작사들과 계약해 오리지널 작품들은 제작하는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어 제작사 지원을 위한 정부예산할당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당국에서 넷플릭스 같은 해외업체들의 지원을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는 모습이며 실제로 2021년 9월에는 넷플릭스가 인도네시아 영화종사자들을 위핸 71억 루피아(약 5억9,000만 원)의 지원금 지급을 약속하고 집행 중에 있다

코로나가 올해 종식된다는 전제 하에서 코로나가 끝나기 전, 그간 대체로 부실했던 영화산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지난 해 말을 마지막으로 이미 종식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듯 하다. (끝)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