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인니 민속과 주술 239

[무속과 괴담 사이(52)] 투계왕 찐덜라라스(Cindelaras)

투계왕 찐덜라라스(Cindelaras) 옛날옛적 아이를랑가 대왕이 세운 까후리빤 왕국에서 갈라져 나온 젱갈라 왕국(Kerajaan Jenggala)을 라덴 뿌트라 국왕이 다스리던 시절의 일입니다. 그는 화려한 궁전에서 착한 왕비와 아름다운 후궁을 데리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궁의 눈부신 미모 속에 숨겨져 있던 악독한 마음이 문제였습니다. 후궁은 왕비를 질투하며 그 자리를 빼앗고 싶어 안달했습니다. 그녀는 어의(御醫)를 불러 음모를 꾸몄습니다. 어느날 후궁이 꾀병을 부려 병석에 눕자 국왕은 즉시 어의에게 후궁을 진맥하도록 했습니다. “전하, 누군가 후궁마마 음료에 독을 탄 것 같습니다.” 어의의 보고에 왕은 크게 놀랐습니다. “누가 감히 내가 총애하는 후궁에게 독을 먹였단 말이냐?” “아뢰옵기 황송하오..

[무속과 괴담 사이(51)] 시빠힛리다 – 독한 혀(를 가진 녀석)

시빠힛리다 – 독한 혀(를 가진 녀석) 시빠힛리다(Si Pahit Lidah), 즉 ‘독한 혓바닥(을 가진 놈)’ 이야기는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양쪽 모두 ‘시빠힛리다’라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동일인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룬띵(Serunting)’이라는 단어가 한쪽에는 왕자의 이름으로, 다른 쪽에는 도술의 명칭으로 등장하면서 미묘한 접점이 엿보입니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옛날 남부 수마트라 수미당(Sumidang) 지역에 세워진 한 왕국에 스룬띵(Serunting) 왕자가 살았습니다. 그는 남이 가진 것을 쉽게 질투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부인을 사랑했지만 처남 아리아 떠빙(Aria Tebing)과는 대체로 불편한 관계였습니다. 그들이 가..

[무속과 괴담 사이(50)] 시끼당(Sikidang) 분화구 고수머리 전설

시끼당(Sikidang) 분화구 고사 중부자바 디엥 (Dieng) 고원에 위치한 시끼당 분화구(Kawah Sikidang, ‘끼당’이란 녀석의 분화구)는 용암이 아니라 진흙과 가스를 뿜어냅니다. 흥미로운 고사도 이 곳에 엮여 있습니다. 디엥 고원에 분화구들이 여럿 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시끼당 분화구로 몰리는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죠 옛날옛적 신토 데위(Shinto Dewi)라는 아름다운 공주가 디엥 고원에 위치한 큰 왕국에서 웅장한 궁전을 짓고 살았습니다. 인근 왕국의 왕자들을 비롯해 많은 귀족들이 청혼하러 찾아왔지만 아무도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신토 데위 공주가 요구하는 지참금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입니다. 공주의 자존감이 너무 높았던 것인지, 돈 많은 왕자들 등을 치려는 것이었는지..

[무속과 괴담 사이(49)] 새우인간 이라우랑(I Laurang)

새우인간 이라우랑(I Laurang) 옛날 옛적 남부 술라웨시의 한 마을에 한 나이많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다른 동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부부들처럼 이들도 아이가 없어 적적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남부 술라웨시는 동인도네시아로 나가는 관문인 마카사르(Makassar)가 있는 곳입니다. 옛날 옛적 남부 술라웨시의 한 마을에 나이 많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미 다들 짐작하셨다시피 다른 동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많은 부부들처럼 이들도 아이가 없어 적적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남부 술라웨시는 동인도네시아로 나가는 관문 마카사르(Makassar)가 있는 곳입니다. 어느날 밤 그들은 신에게 이런 기도를 올렸습니다. “하나님, 우리에게 아기를 허락해 주세요. 새우처럼 생긴 아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신들은 이런 기..

[무속과 괴담 사이(48)] 발리해협 생성고사

발리해협 생성고사 옛날옛적, 시디 만트라(Sidi Mantra)라는 높은 도력을 가진 브라흐만 계급의 도인이 살았습니다. 그는 상향 위디야(Sanghyang Widya)라고도 불리는 바타라 구루(Batara Guru)신의 축복을 받아 큰 재물과 아름다운 아내를 얻었습니다. 힌두의 바타라 구루 주신은 예전 이야기 속에서 한번 등장한 적 있습니다. 혼인 후 몇 년이 지나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나자 그는 마닉 앙꺼란(Manik Angkeran)이란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마닉 앙꺼란은 잘생기고 영리한 청년으로 자라났지만 청소년기에 도박에 빠져 성인이 되어서도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도박으로 돈을 잃으면 막무가내로 부모 소유의 물건들을 잡혔고 사람들에게 큰소리 치며 돈을 빌리고 나중엔 빚에 쫓기면서도 부끄러..

[무속과 괴담 사이(47)] 말하는 바위, 바뚜 바땅꿉(Batu Batangkup)

말하는 바위, 바뚜 바땅꿉(Batu Batangkup) 지금의 리아우주 힐리르의 인드라기리 지역에 있는 한 마을에 막미나(Mak Minah-미나 아줌마)라는 과부가 살았습니다. 그녀에겐 두 아들과 딸 하나가 있었는데 첫째와 둘째 아들은 우뚜(Utuh)와 우찐(Ucin)이란 이름이었고 막내딸은 디앙(Diang)이었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막미나 혼자 세 아이를 키웠는데 나이가 많이 든 후에도 꾸준히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았습니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와 빨래를 마치면 밥을 지은 후 숲속에서 땔감용 나무를 주어와 시장에 팔았습니다. 막미나와 아이들은 나무 판 돈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세 아이들은 말을 잘 듣지 않는 게으름쟁이들이었습니다. 막미나는 나이 들어 몸도 아프기 시작했..

[무속과 괴담 사이(46)] 사람 제물을 공양받는 괴물 독수리

[남부 술라웨시 민화] 사람 제물을 공양받는 괴물 독수리 남부 술라웨시 왕국이 한 흑마술사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흑마술사는 악독한 저주로왕국의 모든 작물들이 말라죽어 왕국은 몇 년째 기아에 처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흑마술사는 저주를 풀어주는 대가로 왕국의 일곱 공주 중 한 명을 자신과 혼인시켜 자신을 왕국의 부마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국왕이 이를 거부하자 흑마술사는 더욱 참혹한 저주를 더했습니다. 그것은 괴물 독수리들을 불러들여 왕국의 어린이들을 잡아가 뜯어먹게 만든 것입니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회생되는 것을 보자 일곱 공주들이 나섰습니다. 갑옷을 갖춰 입은 그들 중 가장 나이어린 네 명이 들판에 나서 병사들과 함게 칼과 활로 괴물 독수리와 맞섰고 나머지 큰 공주 세 명은 샛길을 타고 ..

[자경 스크랩] 또 딜라띵 장군 (Panglima To Dilating)이야기

신영덕교수의 인니이야기 | 술라웨시 이야기 - 또 딜라띵 장군 (Panglima To Dilating) 작성자 신영덕 2017-04-14 옛날에 뿔로웰리 만다르의 땀마잘라 지역에 있는 나뽀 언덕에 발라니빠 왕국이 있었는데, 발라니빠 왕은 30년 동안 왕위를 차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왕위에서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발라니빠 왕은 영원히 왕위를 지키고 싶었다. 그에게는 아들 두 명과 딸 두 명이 있었다. 그렇지만 두 아들은 왕에 의해 이미 살해되었다. 왕위를 두 아들에게 물려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왕비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임신하면 항상 걱정했다. 그녀는 임신한 아이가 아들일까 무서워했다. 왜냐하면 왕이 그 아이를 다시 죽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왕비가 아이를 낳게 되었을 때 발라니빠 왕..

[자경 스크랩] 운 좋은 라 시림보네 전설

신영덕교수의 인니이야기 | 술라웨시 이야기 - 운이 좋은 라 시림보네 전설(Legenda La Sirimbone yang Beruntung) 2017-03-29 라 시림보네는 마음이 착한 남자 아이이다. 그는 어머니 와 로에(Wa Roe)와 같이 살았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어느 날, 천을 파는 상인 라 빠땀바(La Patamba)가 그들을 만나러 왔다. 라 빠땀바는 와 로에를 보자 사랑에 빠졌다. 물건을 판 후에 마을의 어른을 만나 와 로에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을의 모든 어른들이 축복해 주어서 와 로에는 라 빠땀바와 결혼하기로 했다. 더욱이 라 빠땀바는 라 시림보네를 자기 아이처럼 사랑할 거라고 약속을 했다. 그렇지만 결혼 후에 라 빠땀바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는 와..

[자경 스크랩] 북부 술라웨시의 불쌍한 새 ‘케케코’ 이야기

신영덕교수의 인니이야기 | 불쌍한 새 ‘케케코’ (북 술라웨시의 이야기) 2017-03-16 북 술라웨시의 어느 마을에 어머니와 두 딸이 살았다. 그들은 너무 가난해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없었다. 그들은 매일 집 근처 숲에서 자라고 있는 과일들만 먹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이 건기에 접어들었다. 숲에 있는 나무들과 잎들이 마르기 시작했다. “언니, 한참 걸어왔는데 과일은 하나도 안 보이네” 동생이 말했다. “조금만 참아. 우리가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과일이 있을 거야” 언니가 말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과일들을 찾아보았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