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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기사번역

인도네시아판 김순호 경찰국장 사건

beautician 2022. 12. 20. 11:11

중부자바 신임 파출소장, 기자로 활동했던 것 밝혀져

인도네시아 기자연맹 회원으로 활동했던 움바란 위보워 경위(가운데)

 

십수 년간 중부자바 TVRI 방송국에서 일했던 한 기자가 사실은 경찰관이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인물은 지난 12월 12일(월) 중부바자 블로라(Blora)군 끄라드란(Kradenan) 파출소장으로 임명된 움바란 위보워(Umbaran Wibowo) 경위다.

 

인도네시아 독립언론인연맹(AJI)은 움바란 경위의 존재 자체가 경찰이 자체 조직원을 언론기관에 침투시키던 이전 시대의 ‘더러운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AJI 인도네시아의 법무국장 에릭 딴중(Erick Tanjung)은 경찰 프락치를 언론단체나 기관에 침투시켜 정보를 수집하던 더러운 관행은 과거 신질서 정권, 특히 갈등이 첨예하던 시절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움바란 경위의 경우는 기자 신분을 이용해 그동안 언론 커뮤니티에 접근하여 정보를 수집해온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유사한 관행은 파푸아에서 많이 발견된다. 움바란은 국영통신사인 TVRI에 기자신분으로 10년 넘게 침투해 있었던 경찰조직원이었다.

 

에릭은 이 사건으로 인도네시아의 저널리즘 생태계, 특히 언론과 미디어 기관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는 ‘인도네시아 기자는 직분을 남용하지 않고 뇌물을 받지 않는다’는 기자 윤리강령 위반이며 언론에 대한 1999년 기본법 40호(언론법) 위반이기도 하다.

 

언론법 제6조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정확한 정보로 올바른 여론형성에 기여하며 공익을 위해 감독, 비판, 시정, 제안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에릭은 경찰이 움바란 경위를 언론사에 침투시켜 ‘정확한 정보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언론의 기본 사명을 크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AJI는 경찰 및 여타 국가기관들이 언론사에 정보원을 침투시키는 관행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고 언론기관들에도 이중간첩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들이 없는지 ‘청소작업’을 단행할 것과 엄격한 직원선발 방식을 적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 언론인직능조직과 언론위원회가 기자역량시험(UKW) 메커니즘을 개선하고 언론인들에 대한 주기적인 검증작업을 진행할 것도 촉구했다.

 

움바란 위보워 경위는 아직도 언론위원회에 준기자로 등록되어 있고 기자역량시험 합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중부자바 지방경찰청은 언론법 존중한다는 입장

중앙자바 지방경찰청 홍보국장 익발 알쿠두시(Iqbal Alqudusy) 총경은 움바란 경위가 빠티(Pati) 지역에 있는 TVRI 중부자바 지점에 기사를 기고한 것이 사실이지만 TVRI방송국 정규 직원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움바란은 블로라 지역에서 정보업무를 수행하는 임무를 맡았고 2021년 1월에 해당 임무를 종료했다. 이후 그는 2022년 7월 블로라시 부파출소장으로 승진했고 12월 12일에는 끄라드난 파출소장으로 임명되었다.

 

익발 총경은 움바란이 파출소장에서 해임되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움바란이 언론법 및 언론인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경찰도 언론 독립성 문제를 존중하며 언론위원회가 제기한 사안들에 대해 지방경찰정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경찰청 홍보국장 데디 쁘라스티요(Dedi Prasetyo) 치안감은 움바란 경위의 문제에 대해 중앙경찰청이 중부자바 지방경찰청과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언론위원회은 움바란의 기자역량시험 합격증 자동폐기 주장

언론위원회 윤리위원장 야디 헨드리아나(Yadi Hendriana)는 움바란의 지위에 대해 확인해 달라는 서한을 TVRI에 보냈다.

 

언론위원회는 인도네시아기자연맹(PWI)에도 움바란이 가지고 있는 기자역량시험 합격증이 유효한지 여부와 그를 아직 준기자로 인정하고 있는지 확인을 요구했다.

 

하지만 야디는 기본 요건 중 현역 군경은 언론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이 따라 움바란의 기자역량시험 합격증은 자동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자격 표준을 규정한 언론위원회 규정 1호에는 정당인, 국회의원, 정부 또는 민간의 홍보단체, 군인 및 경찰관의 기자역량시험 응시를 제한하고 있다.

 

언론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질시험을 관장하는 기관이 언론인 검증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각 언론인들은 특정기관에 연관되어 언론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청렴서약을 강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야디는 언론사들이 기자들이 기관 정보요원이 아닌지 분명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인도네시아 기자연맹이 그런 절차를 이미 가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걸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모두가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기자연맹 윤리위원회는 언론인 윤리강령 위반을 이유로 움바란 위보워의 회원자격을 박탈했다.  

 

국영 TVRI 방송국이 느슨한 기고자 모집 과정

TVRI 사장 이맘 브로토스노(Iman Brotoseno)는 움바란 위보워가 2012년부터 TVRI중부자바 방송국에 기사를 보내왔고 2022년 10월 끄라드난 파출소장이라는 직책이 공개되던 시점인 2022년에 사직서를 썼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는 기고자들이 정규직 기자들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채용되며 일반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즉 해당 기고자가 정보기관 프락치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TVRI 중부자바 지방방송국이 지난 십수 년 동안 움바란이 경찰 조직원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은 사실지만 움바란이 그간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고 기고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의외의 평가를 내놓았다.

 

더욱이 기고자들이 보낸 기사들은 각 부서의 데스크에서 검증과 판단작업을 거치게 되므로 곧바로 방송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체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움바란이 제출한 기고기사의 내용이 아니라 그가 십수 년간 TVRI 기고자 신분으로 언론사와 언론인들 사이에서 정보수집활동을 해서 경찰에 보고해 왔다는 것인데 이맘 사장은 이에 대한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https://www.bbc.com/indonesia/articles/cx7qle9w0l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