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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 두 군데 있는 출판학과

beautician 2022. 8. 20. 11:42

인도네시아 출판산업을 위한 전문인력 실태

Anggun Gunawan - detikNews
Rabu, 03 Agu 2022 09:34 WIB

 


국영출판사인 발라이 뿌스타카(Balai Pustaka)가 식민지 시대에 그 전신이 설립되면서 인도네시아의 현대적 출판문화가 시작된 것은 현재 2022년으로부터 114년 전의 일이고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는 벌써 창립 72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출판연구 프로그램을 가진 대학교는 달랑 두 군데뿐인데 창의 미디어 과학기술대학(Politeknik Negeri Media Kreatif – 이하 폴리미디어 Polimedia)의 출판학 3년제 수료과정(D3)과 자카르타 과학기술대학(Politeknik Negeri Jakarta - PNJ)의 출판학 3년제 수료과정이 그것이다. 이들 두 개의 출판연구학과는 예전 교육문화부 산하에 있다가 공보부 산하에서도 몇 년 있었던 인도네시아 그래픽센터(Pusat Grafika Indonesia-Pusgrafin)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잠깐, 폴리테크닉(Polytechnic)이란 본래 학교를 떠난 지 오래된 사람들이 좀 더 높은 학위, 또는 전무적인 직업훈련을 받기 위해 입학가는 영국의 전문공업학교였는데 1992년 영국정부가 모든 폴리테크닉을 대학으로 승격시켰다. 미국의 폴리테크닉은 당초부터 과학기술대, 즉 공과대학를 뜻한다. 여기서는 폴리테크닉(본문의 politeknik negari)을 ‘(국립)과학기술대학’으로 번역했다.

 

PNJ의 출판학 D3 과정은 1990년 인도네시아 그래픽센터에 의해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I)에 과학기술학부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UI의 과학기술학부는 1982년에 창립된 곳이어서 앞 문장은 해당 학부가 생기고 8년 후에 인도네시아 그래픽센터가 좀 더 학부답게 발전시켰다는 말로 이해된다. 그러다가 이 학부가 1998년에 자카르타 과학기술대학(PNJ)으로 승격된 것이다.

 

PNJ 대학 로고

 

프랑스 사회학자 프란시스 소피 노엘(Prancis Sophie Noel)에 따르면 대학이 다루는 학문의 일부로서 ‘출판학’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유럽 대학들이 국가지원금이 감소하고 유용한 연구결과를 내야 하고 노동시장에 졸업생들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출판학이 수료증(디플로마) 프로그램으로 등장한 것도 이때의 일이다.

옥스포트 폴리테크닉(현재의 옥스포드 브룩스 대학(Oxford Brookes University))이 1982년 영국에서 출판학 박사학위를 주기 시작한 첫 번째 대학이었다. 당시 일간 옵저버지는 “영국이 드디어 자격을 갖춘 출판인들을 배출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때부터 영국 출판산업이 특별한 자격증이나 졸업장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는 것으로 채용 패턴을 바꾸는 급진적 변혁이 시작된 셈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출판학 학위가 나오는 곳은 PNJ의 D3 프로그램이 가장 오래되었고 이 학과로부터 다양한 저널리즘 커리큘럼이 첨부되며 변화해 왔다. 현재 변치 않는 초심대로 도서출판에 대한 특별 직업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은 폴리미디어 대학뿐인 셈이다.

폴리미디어의 출판학 D3 프로그램의 정원은 최근 몇 년간 4개 클라스 120명이었다. 희소가치가 높은 학과임에 비해 아주 적지만은 않은 인원이지만 대부분 자카르타와 수도권 학생들이고 중부자바나 동부자바, 수마트라 등에서 온 학생들은 한 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이 학과의 존재여부를 모르는 학생, 학부모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폴리미디어 대학 로고

 

최근 입학생들이 60명으로 늘어나 신입생들만으로 2개 클라스를 만들었다는 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아직 인도네시아에서 출판학 석사학위를 가진 사람은 두 명에 불과하다.

 

그간 영국에서는 많은 출판연구 프로그램이 개설되고 앙글리아 러스틴 유니버시티 캠브리지(Anglia Ruskin University Cambridge)의 아동도서 일러스트레이터 석사과정 같은 독특하고 고도화된 전문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UI 과학기술학부(PNJ) 출판학 D3 프로그램은 생긴지 32년 동안 별다른 발전상을 보이지 못했다.

 

몇 개월 전 말랑 국립대학교에서 출판관리학 S2 석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말랑 대학교의 몇몇 교수들이 출판산업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특별한 훈련을 받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하지만 아직 인도네시아에 출판학 박사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말랑 대학교의 계획이 과연 구현될지는 미지수다. 석사과정 개설을 위해서는 해당 과정을 가르칠 배경지식을 가진 박사학위 소지자가 최소 5명 이상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출판학 발전이 느린 이유는 정부나 민간 부문에서 출판연구 프로그램 수립을 위한 단계별 전략이나 관련 인사들의 목소리가 적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들과 정책입안자, 관련 출판인들이 보다 많은 캠퍼스애 출판연구 프로그램 학과를 개설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 부족한 것 역시 사실이다.

 

심지어 꼼빠스-그라메디아 그룹이 멀티미디어 대학(Universitas Multimedia Nusantara – UMN)을 설립하고서도 출판학을 정규학과로 편성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출판사인 그라메디아를 보유한 언론그룹인데도 말이다.

 

UMN 로고

 

인도네시아의 출판인력 수요는 꽤 큰 편이고 IKAPI에 등록된 1,300여 회원사들은 대부분 자바섬에 집중되어 있다. 도서시장의 규모는 2015년 8조5,000억 루피아(약 6,500억 원)을 기록했고 LIPI/BRIN 같은 과학기술연구소들도 8,000편 이상의 과학서적을 출간했다. 이외에도 각 대학교의 출판인쇄부문과 정부기관 및 단체, 국영기업, 민간기업들도 비상업용 도서들을 다수 출판하고 있다.

 

하지만 출판인력시장에 주로 문학, 철학, 커뮤니케이션 학과 출신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는 것은 아직 출판학과에 대한 지식과 홍보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Elsevier, Wiley, Blackwell, Oxford University Press, Taylor & Francis등과 같은 세계적인 출판사들에는 옥스포드 부룩스 대학교의 출판학 석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영국에서는 대학 출판학과 교수들과 출판업계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어 세계 출판업계 고위 관리자들이 강의나 세미나에 강사로 참석하고 국제도서전이 있을 때마다 출판학부 학생들이 동원되는데 3월부터 볼로냐 도서전, 런던 6월의 런던 도서장, 8월의 북경 도서전, 10월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등 국내외 도서전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런던 도서전의 경우엔 출판학과 학생들이 관련 위원회 위원 태반을 차지하며 세계 유수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선배들이 학과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도록 협조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정책입안자들과 출판실무 인사들의 부족한 소통이 출판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문을 좁히는 결과를 낳고 출판산업의 문제와 요구사항을 비전공자들에게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출판학과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출판연구는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에딘버러 대학교에서는 1995년부터 도서역사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예일대학교와 보스턴 대학교에서는 도서역사 컨퍼런스를 걔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들이 다양한 도서연구에 대한 학사-석사-박사 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출판연구에 대한 학문적 열정이 그리 크지 않은 상태다. 그 결과 국가적인 문해력 수준이 아직 만족한 상황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더틱닷컴. 글쓴이: 앙군 구나완(Anggun Gunawan)
https://news.detik.com/kolom/d-6213507/nasib-ilmu-penerbitan-di-indone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