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기록

자카르타의 일본미용실 - One Piece Hair Studio (끌라빠가딩몰)

beautician 2014. 7. 20. 00:30


2014년 7월 19일 끌라빠가딩에서 가장 크고 번화한 몰인 끌라빠가딩 몰(MKG3)의 2층, Best Denki 바로 앞에 오리지날 일본미용실인 once Pirce Hair Studion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틀 전인 7월 17일까지만 해도 이런 상태였는데 







그래서 어쩌면 공지된 7월 19일 오픈에 시간을 대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토요일이었던 당일 이른 오후에 방문했을 때 once Piece 미용실은 첫날치고는 나름대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대략 100 스퀘어 남짓한 이 미용실엔 점장인 스즈끼 히사토를 비롯해 일본인 미용사 2명과 현지인 미용사 2명이 스탭들과 뒤엉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일본 미용실이 시내 일반 몰에 입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주위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해 미용실에 들어가 스즈끼와 잠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상도 좋은 편이고 특히 웃는표정이 선해 보이는 스즈끼는 일본어 억양이 거의 없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호주와 싱가폴에서 13년 정도 일했다고 하더군요. 자카르타에서도 4년간 일했다고 하니 많아야 3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이 친구는 20살을 갓넘기면서부터 외국생활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일본 교민사회를 대상으로 한 이발소나 미용실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외부엔 거의 알려진 바 없었고 몇년 전 현지의 가야스파(Gaya Spa)라는 유력한 현지 스파와 손을잡고 들어온 '쓘지마쯔오'(Shunji Matsuo)라는 미용실 브랜드가 간다리아몰과 수디르만 등지에 아웃렛 3개를 냈다가 계약이 깨지면서 철수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몇년 후 다시 돌아와 다르마왕사스퀘어(Dharmawangsa Square)에 자체 미용실을 연 것이 일본 미용실의 현지시장 진출의 거의 첫 게이스였으므로 이 once Piece 헤어스튜디오는 두 번째 케이스가 될 판이었어요.


그러나 스즈끼의 설명에 따르면 그가 지난 4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일했던 곳도 슌지마쯔오 살롱이었고 이번엔 끌라빠가딩몰에 입점한 이 once Piece 미용실 역시 슌지마쯔오의 또 다른 지점이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슌지마쯔오 살롱은 다르마왕사에서 끄망빌리지(Kemang Village)라는 자카르타 남부의 이태원 같은 동네에 최근 새로 지은 고급몰로 이사한 상태였고 부자화교들이 많이 사는 자카르타 서부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몰에도 두번째 지점을 낸 바 있습니다. once Piece 미용실은 그 세번째 지점이 됩니다.


슌지마쯔오 살롱의 수석미용사였던 스즈끼가 끌라빠가딩점을 맡아 나온 모양인데 상황에 따라 일본인 미용사들이 각 지점들을 요일별로 순회하며 일하게 될 것 같더군요. 스즈끼의 커팅가격은 70만 루피아(약 6만원), 다른 일본인 미용사들은 55만 루피아선(약 4만8천원선) 정도이니 20-30만 루피아 정도 커트비를 받는 현지 한국미용실들에 비해서는 꽤 비싼 가격입니다.



슌지마쯔오 살롱은 일본이 아니라 싱가폴에 본점을 둔 미용실체인입니다. 

거기서 일본, 싱가폴은 물론, 유럽 등 선진국과 한국에서도 미용사들을 채용해 데려와 다국적 미용사들이 손님들 머리를 하는 독특한 컨셉의 미용실을 만들었고 과거 가야스파와 손잡고 처음 인도네시아에 들어왔을땐 이성국이라는 한국인 미용사가 현지손님들을 사근사근하게 대하면서 당시 혼자서 월매출을 한화로 1천8백만원 전후를 올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물론 2014년 현재 인도네시아에서의 슌지마쯔오는 다국적미용실이라기 보다는 일본미용실로 위상을 굳힌 상태이고 사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는 그게 더 잘 먹히는 컨셉이죠.



이 분이 슌지마쯔오



이게 끌라빠가딩 몰에 입점한 원피스 헤어스튜디오의 공식 로고.



이 대목에서  한국미용실들에게 조금은 실망하게 됩니다.

2010년을 전후해 엄청난 성장을 이룬 끌라빠가딩 지역은 이제 상당한 구매력을가진 핵심상업지역으로 변모한 상태인데 그 사이 대부분의 현지 고급미용실들이 끌라빠가딩을 선점했고 이제 슌지마쯔오도 이 지역의 최중심인 끌라빠가딩몰에 입점하며 좋은 시기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미용실들은 여전히 자카르타 남부에 대부분 몰려 있고 끌라빠가딩에 위치한 2개의 한국미용실은 아직도 한줌도 안되는 한국교민사회를 그 주 고객으로 하고 있는 상태죠.어찌 보면 한국미용실들은 스스로의 수준을 떨어뜨리진 않았지만 주변에 고급미용실들이 밀려 들면서 그동안의 2부 리그에서도 또 밀려 3부리그로 추락하고 있는 형국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슌지마쯔오가 십수년된 한국미용실들을 제치고 불과 몇년만에 인도네시아 미용계의 중심에 뛰어 들어 부유한 화교들을 주고객층으로 하여 단기간 내에 내실있는 지점들을  늘려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싱가폴에서 단련된 오랜 해외미용실 경영의 경험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고 또 다른 큰 이유는 미용사들의 외국어 구사능력이죠. 기본적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미용사들은 다년간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면서 이젠 현지어까지 익힌 상태입니다.


물론 또 한가지 큰 이유는 그런 미용사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그들을 붙잡는 다양한 조건들이겠죠. 급여나 커미션 ,숙소, 근무조건 등등. 한국미용실들은 대개의 경우 현지어를 익히고 고객까지 확보한 미용사들이 자기 미용실을 차리고  독립해 나가 경쟁하게 되는 입장이 될까 두려워 미용사들과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매년 새로 미용사를 한국에서 뽑아 데려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의 미용실들은 전반적으로 한국 미용실들이 숫적으로나 질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던 형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원피스헤어스튜디오의 끌라빠가딩몰 입점은 슌지마쯔오의 약진과 함께 이제 그 판도가 크게 변하리라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셈이 되었다고 판단됩니다.


한국미용실들 더 분발해야 합니다.



2014.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