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니켈광산 4

니켈광산 영적 방어작전(3)

ep3. 악의를 대하는 방법 사실 산간오지에서 자신과 기업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자체적 경비가 필요하다는 것엔 나도 충분히 공감했지만 처음엔 릴리가 취하는 조치들이 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파산 후 내가 재기를 위해 숱한 고생을 했던 것처럼 당시 바뚜리찐의 탄광업계에 들어간 릴리의 고생 역시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미용사업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모든 것이 상식에 따라 진행되지만은 않는 인도네시아에서 한번 파산을 겪고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외국인으로서 진행 도중 예상되는 극복 곤란한 불확실성과 실패 리스크가 높은 길을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용, 특히 미용실을 위한 미용기기 수입판매 사업은 판이 작은 만큼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니켈광산 영적 방어작전 (1)

ep1. 사지로 보내는 이유 술라웨시는 인도네시아를 이루는 수천 개의 섬들 중 세 번째로 큰 섬입니다.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또는 자와Jawa섬)이 머리 위에 이고 있는 두 개의 큰 섬들 중 오른쪽에 ‘K’자처럼 생긴 곳이죠. 남부 술라웨시의 마카사르(Makassar)라는 도시는 우중빤당(Ujung Pandang)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곳은 술라웨시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번잡한 교통의 요지 중 하나로 동부 인도네시아의 크고 작은 도시로 날아가는 대부분의 비행기들이 이곳을 경유합니다. 부기스(Bugis) 종족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두 번씩이나 부통령을 지낸 유숩칼라(Yusuf Kalla)의 고향이기도 하죠. 술라웨시섬 북단의 마나도(Manado)는 참치잡이 원양어선들의 기항지로도 많..

시한부 선택

다시 오지 않을 일 1996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미쯔비시 상사 인도네시아 지점과 자카르타의 한화공장을 인수한 벨기에 ‘시온’이란 섬유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난 한화그룹에서 의류팀 전원과 함께 퇴사해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관리를 담당하고 나머지 친구들이 한국에서 오더관리과 자재수급을 담당하는 것으로 동업을 약속하고 막 인도네시아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렇게 동업을 약속한 입에 침도 마르기 전이 아니었다면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관문이 되어 줄 지도 모를 그 기회를 절대 거절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불과 2년 후 친구들이 외환위기의 와중에 내게 등을 돌렸을 때 1996년 의리를 지킨다며 스카우트를 거절했던 난 결과적으로 바보천치가 되어버리고 말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