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메이 3

인도네시안 드림 (5)

ep5. 도어락 그러나 정작 문제는 최사장 자신에게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중산층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인도네시아에 날아와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현지에서 갑자기 격상되는 것에 스스로 놀랍니다. 대개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부자 취급을 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 한국화폐는 현지의 싼 물가와 저렴한 인건비 환경에서 위력을 발휘했지요. 그래서 자칫 잘못 생각하는 순간 운전사, 가정부도 필요 이상으로 각각 두 명씩 들이고 수스터(Suster)라 부르는 보모도 둘, 거기에 집에서 쓰는 비서까지 따로 채용하기도 하고 그 생활에 중독되면 집사와 정원사까지 두고 영화 속 대저택의 영주 같은 생활을 완성해 가지요. 최사장이 그런 상태였어요. 그는 절대 자신의 것..

물가에 내놓은 애들

여러 모로 걱정 내 미용기기 사업 막판을 말아 먹었던 메이는 토요일만 강의가 있는 대학교에 다닌 지 벌써 4년차인가 되어 인턴을 나가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앞뒤 분간 못하던 친구가 국회사무처에 법대생 자격으로 인턴을 나간다니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차차와 마르셀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할 일이죠.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면접만 남겨놓았을 때 기도해 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걱정되는 거겠죠. 와쎕에 대답을 달았습니다. "사실은 네가 바보란 걸 저 놈들이 절대 알아채지 못해야 할 텐데." 그 면접이 며칠 전에 있었고 메이는 결과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죠. 내가 넣어 준 플라스틱 포장재 공장에서 일한 지 어느새 6년. 사람들에게 업신여김 당하기 쉬운 작은 공장 영업사원에서 조만간 변호사로 거듭나는 기적이 일어나길..

잠자는 차차

잠 처음 만났을 때 차차는 좀 이상한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말라깽이에 수줍음 많은 건 그 또래 다른 여자아이들이 다 그랬지만 차차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산만했습니다. 때로는 나와 얘기하던 중간에 갑자기 다른 생각을 하는지 멍한 표정이 되곤 했습니다. 대 여섯 살이 되도록 그런 모습이 보여 어딘가 장애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때 엄마인 메이가 자랑스럽게 하던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차차가 갓난 아기일 때부터 직장에서 늘 밤늦게 돌아오던 자길 새벽까지 안자고 기다린다는 겁니다. 나와 일하기 전, 메이는 ‘이눌비스타’라고 하는 패밀리 노래방에서 서빙을 했는데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빨라야 새벽 두 시쯤이었다고 합니다. 그 시간까지 자지 않고 기다리는 차차가 그렇게 대견스러웠다는 거에요. 난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