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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사면 관련 한인포스트 논란

beautician 2018. 1. 9. 10:00



12월 29일 정봉주 전의원의 사면복권과 관련해 자카르타 한인포스트에 게재한 아래 글을 기폭제로 이틀간 잠깐 공방이 있었습니다.


뜬금없이 특전사 모독하지 말라는 취지의 댓글은 정말 의외였지만 그건 잘못 읽어서 그런 말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특전사 나온 사람들은 그 험한 훈련 이겨낸 것이니 자랑스러워 할 만한 내용이었으므로 이 선배님이 화가 난 건 그 특전사 부분에 대한 얘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모든 선배님에게는 깍듯한 사과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 세상사는 옳고 그름 또는 잘하고 못하고 문제가 아니라 깃수와 군번의 문제이니까요.





beautician beautician 
데모하다 잡혀가서 ROTC 짤린 선배


내가 학군단에 입단했을 때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ROTC 출신의 70-80%가 공수부대로 배정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건 비단 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대학의 영어영문과 출신 ROTC들의 일반적인 경향이었을 것입니다. 특전사가 미군과의 합동훈련에 자주 동원되기 때문에 영어가 능통한 재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거였죠. 외대에서는 불어과도 적잖게 특전사에 갔습니다. 물론 특전사에서 정말로 그리 빈번하게 영어를 썼는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외대 영어과 ROTC 들은 깃수 당 늘 7-8이었고 이들 중 한 두 명을 빼고는 모두 특전사로 갔습니다. 24기였던 내 운명도 70-80%의 확율로 그렇게 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특전사 출신 불어과 선배가 나를 찍어 제3땅굴 브리핑장교로 끌고 가는 바람에 내 운명은 극적으로 바뀌지만 우리 기수의 나머지 3명 중 2명은 특전사,1명은 특공여단으로 배정되면서 75% 확율은 여전히 유지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그 특전사 선배가 날 끌고 갈 때 꼼짝없이 공수부대로 가는 거라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7-8명이던 영어과 ROTC숫자가 왜 24기에선 갑자기 4명으로 줄었는가 하면 우리가 입단하기 전, 22기 선배 한 명이 사고를 쳤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학군단 2년차때 학군단복을 입고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든가 반정부 삐라를 뿌렸다든가 해서 잡혀들어가면서 ROTC에서도 퇴출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외대 영어과들은 사상이 위험한 반정부 분자들이 많이 끼어있다는 판단에 따라 입단 정원을 반으로 대폭 줄였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미 입단한 23기 8명을 뒤늦게 퇴출할 수는 없었지만 새로 뽑는 24기는 그래서 4명만 선발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특전사의 영어수요는 그대로였을 테니 앞서 언급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다면 4명 모두 군복무 내내 특전사에서 낙하산을 탔어야 했을 것입니다.

군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난 그 용감한 22기 선배가 누구인지 자못 궁금했습니다. 물론 임관하지 못했으니 22기라고 깃수를 부르는 것이 적절치 못할 수도 있으나 그가 ROTC 생활을 1년 반 정도 한 것만은 분명한 일입니다. 당시 ROTC 출신들이 거의 100% 대기업에 취직되던 시절 비교적 약속되어 있던 미래를 반정부 시위를 위해 내던진 그는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그러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2011년 하반기에 비로소 그 선배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꼼수다'를 듣다가 정봉주 의원이 자신이 ROTC를 하다가 데모로 짤렸다는 얘기하는 것을 들었던 것입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뒤져 관련 얘기들을 찾아보니 그때 그 22기 선배가 바로 정봉주 의원이었습니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지만 그가 했던 어떤 행동때문에 내가 영향을 받았던 시기가 그렇게 두 번 있었던 겁니다. ROTC 때와 나꼼수 때.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몇 달 후 그는 BBK 저격수로 찍혀 선거법 위반이란 허울을 쓰고 1년간 감옥에 가야 했습니다. 선배라서가 아니라 옳은 일을 하다가 나쁜 놈들의 보복을 받는 게 뻔한데도 옥살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개탄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과거로 돌리고 이제 활기찬 방송인이 되어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이 내 선배라는 생각에 속으로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가끔은 좀 부끄러울 때도 있고 때로는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 그가 2017년 12월 29일 사면복권된 것은 사필귀정입니다.
그의 사면을 비난하는 인간들도 있고 어떤 이들은 그의 정치권 복귀가능성을 아예 막아버리려 핏대를 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사면되어야 마땅한 이유를 넘치도록 안고서 옥살이를 했던 것이고 그가 앞으로 정치를 할지 말지는 오로지 그가 선택할 일입니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내일 빨간 빤쭈를 입을지 노팬티로 돌아다닐지 스스로 선택할 일인 것처럼 말입니다.

후배로서, 지지자로서, 동료 시민으로서 정봉주 전의원의 사면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017.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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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3


beautician 

부아메라나 뇌건강보다는 좀 더 이 밴드에 적합한 내용이라 생각합니다만.

 
모모 

beautician 정봉주의 사면이유는 차고 넘치지요~ ^^
아쉬운 점도 반가운 점도 있는 사면명단입니다~~

 
Jayu 

오로라 언론 밴드에 이런글이 안어울린다 하시면 어떤글을 올려야하는지요? 의견이 다르면 토론하면 될 일이지 내가 싫으니 하지마라 라고 하실 일은 아닌듯 합니다.

 
쏘피 

지지합니다^^

 
오로라 

JAYU님 싫다고 그런게 아닌데 그리고 부탁한건데 이해를 못하시고 토론이아니라 논쟁을 원하시는것 같내요 제글을 잘읽어 보세요

 
도담 

"주어가 없다"란 말에 실소를 금치 못한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사면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적폐청산을 떠나 잘못된건 바로 잡고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이 있었다면 벗어야지요. 그간의 마음고생은 어찌 보상받나요..
용감하고 유쾌한 선배를 두셔서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자칼타 

형기를 다 채우고 나왔으니 사면은 아니고 피선거권을 '복권'받은거라고 압니다...^^

 
(창식)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BBK 명박이 꺼다~ 라고 했다가 허위사실 유포(그당시에 법바라기들의 논리)로 깜빵 1년,… 근데 거기에 더해 2022년까지 피선거권 제약~ 이건 좀 심한거 아닌가요? 살인죄도 간첩질도 아닌데 피선거권을 다년간 제약한다는 것은 법의 남용이라고 봅니다. 그걸 사면으로 피선거권을 되돌려준것을 마치 깜빵에서 풀어준것처럼 교묘히 묘사하는 언록저폐들~ 우린 기레기라고 하지요.… 어째든 정상화되어가고 있는 조국을 보면서 좀 더디고 여전히 발목잡는 적폐들을 목도하면서 사실은 알아야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다시는 적폐세력들에게 지배당하는 오류를 반복하지않을테니깐요.…

 
린두알람한상재 

뷰티시안이라는 후배는 군대 가는 것을 끌려간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 좀 적절치 않은 표현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ROTC 장교가 특전사에 발령받는 것이 마치 부당한 처사처럼 말하는 것도 좀 걸립니다. 그것은 나도 ROTC 특전사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최대호 

...

 
린두알람한상재 

그리고 ROTC 는 중간에 나간 사람을 ROTCian 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beautician 

린두알람한상재 그 빡센 특전사 훈련을 소화하신 특전사 출신 선후배님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 표현에 기분 상하셨다면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 하지만 상기 원문에도 선배님 나오신 특전사를 결코 폄하하거나 비난할 의도가 없었음은 인지하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아무튼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beautician 

그리고 특전사에 가는 건 부당한 게 아니라 남자답고 영광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훈련을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 않게 되어 한편 다행으로 여긴 것도 사실이지만 매우 아쉬워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건 전혀 부당한 처사 아닙니다.

 
린두알람한상재 

네 잘 확인했습니다

 
Jayu 

오로라 부탁이란 부분의 글을 읽지 못했습니다.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삶의 진실 

beautician 잼나게 읽었습니다.
^&^

 
jj 

점점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네요~

 
Kebim 

이글의 의미를 모르겠네요.. 이런 정치인이니까 지지 하라는 건지.. 아님 지난 정권들의 잘못을 비판하는건지.. 필자분 생각에 동의를 구하는 건지요..

 
beautician 

Kebim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거죠. 동의하실 필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