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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
beautician
2023. 7. 9. 11:36
격세지감
아이들이 크고 나니 좋은 점은 옛날에 아이들을 위해 돈을 쓰는 게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것처럼 이제 취직한 지 오래되어 생활인이 된 아이들이 엄빠에게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몇년 전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비행기표를 아이들이 사주기 시작했고 랩톱에서 신발에 이르기까지 집안에 아이들이 사준 물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짜식들. 키운 보람 있네.
아이들이 사준 비행기 티켓으로 싱가포르를 향해 날아가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예전에 아이들이 싱가포르와 호주 멜번에서 공부하던 시절엔 빠듯하게 학비와 생활비를 송금하면서도 틈틈이 아내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걸 사보내고 인도네시아에 오거나 한국으로 날아갈 비행키 티켓도 카드로 사서 보냈으니까.
옛날에 안아키웠던 아이들이 좀 더 시간 지나고 나면 이번엔 우리가 전적으로 아이들에게 의존하게 될 날이 오게 될 텐데 그건 매우 곤란한 일이니 그래서 좀 더 촘촘한 노후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요즘 정부의 기조는 국민들의 각자도생이니 노후에 국가의 도움을 기대하긴 어려운데 선택지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생각은 잠시 뒤로 미루고 지금은 내 생일 축하하겠다고 엄빠 불러들인 딸에게 어떤 재롱을 부려야 할지에 집중하자.
2023.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