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만미니 교통사고로 입은 내상
가슴을 다쳤다.
아리따운 아가씨와 생이별해서 다치는 그런 가슴 말고, 실제로 심하게 넘어져 가슴 안쪽 어딘가를 다쳤다.
외상은 없는데 며칠 째 크게 숨쉬거나 기침할 때 속에서 칼로 찌르는 듯 아픈 걸로 봐서, 하지만 특별히 열이 나거나 각혈하는 건 아닌 걸로 봐서 가슴뼈에 붙은 인대들이 온통 늘어난 모양이다.
지난 4월 7일(금) 굿프라이데를 맞아 혹시 따만미니에 갔다가 생전 처음 타보는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고속으로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진 건데 몸통을 보호한다고 어깨부터 떨어진 것이 화근이었다. 그 충격에 갈비뼈가 훅 밀려 들어갈 줄 몰랐다. 교통사고가 나서 날아가 떨어지면 그래서 갈비뼈가 부러지는구나, 바로 실감이 났다. 너무 아파서 몇 분 동안 숨쉬기도, 제대로 서있기도 어려웠다.
아내도 잠깐 타다가 대차게 넘어져 무릎이 다 까지고 다음날 양 다리가 온통 멍투성이가 되었지만 약을 바르면 되는 정도였는데 난 다친 곳이 밖에서 보이지 않으니 치료가 난감했다. 그렇다고 그 정도로 병원에 가고 싶진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병원이란 언제나 풀스윙 하는 곳으로 내 상태로 병원에 도착하면 엑스레이와 소변검사 등은 기본, 심하면 CT나 MRI를 찍으라고 할 게 뻔했다. 그런 상황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다.
무협지 식으로 얘기하자면 이건 한동안 운기조절을 해야만 나을 정도의 내상을 입은 셈이다.
전동킥보드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탈 수 있는 거라 생각했던 건데 좀 더 연습이 필요했던 것 같고 기본적으로 내가 꽤 나이 들었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던 게 문제다.
이젠 나도 함부로 넘어지면 안되는 나이가 되었다.
참 세월이 무상하다.
2023. 4. 9.
PS. 원래 따만미니에 간 것은 작년 말 발리 G-20 회의에 맞춰 개장하려고 장기간 공사하다가 새로 문을 연 후 한번도 가보지 않아 나중에 손님들 데려가려면 미리 봐둬야 할 것 같아 시간을 냈던 것인데 예전처럼 개인차량을 타고서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여러번 경비원들에게 사용방법, 전기버스 타는 곳 등을 문의해야만 했다.
개인차량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불편한 점도 있고 그래서 안쪽 공기나 교통이 쾌적해진 부분도 있는데 VIP 손님들 모시고 가기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