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사르 민화] 인도네시아식 패왕별희
[마카사르_숨바와 민화] 다뚜 무성과 마이파 데아빠티의 사랑이야기
다뚜 무성(Datu Museng)과 마이파 데아빠티(Maipa Deapat)의 사랑 이야기는 마카사르에서 잘 알려진 민화입니다. 고와 왕국(kerajaan Gowa)의 귀족 다뚜 무성과 숨바와 왕국(Kerajaan Sumbawa) 귀족 가문의 마이파 데아빠티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 마카사르 시에는 두 사람의 이름을 딴 도로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뚜 무성의 할아버지인 아덴가릉(Addengareng)이 고와 왕국을 침탈해 더 이상 사람들이 편히 살 수 없게 만들어버린 네덜란드 침략자들의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부득이 바다를 건너 숨바와로 도망가면서 시작됩니다. 때는 이미 고와 왕국이 VOC손에 넘어간지 100년이 지난 시점의 일입니다.
그래서 다뚜 무성은 숨바와에서 성장했고 거기서 발레 맘뻐와(Bale Mampewa)라는 이슬람학교에서 마이파 데아빠티를 만납니다. 매력적인 마이파 데아빠티는 곧바로 다뚜 무성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금지된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이파 데아빠티가 이미 롬복 슬라빠랑 왕국(Kerajaan Selaparang)의 망아라사 왕자(Pangeran Mangalasa)와 이미 혼약을 맺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손자가 마이파 데아빠티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뚜 무성의 할아버지는 놀라움과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에게 있어 손자는 진흙에 더렵혀진 금덩어리와도 같았고 반면 마이파 다에빠티는 귀족의 딸로 아직 누구도 손대지 않은 진주와도 같은 존재여서 다뚜 무성이 가까이할 수 없는 부류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즉, 마이파 데아빠티는 망명 귀족인 다뚜 무성이 넘볼 수 없는 여인이었던 것입니다.
다뚜 무성 역시 자신의 사랑이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할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메카의 성지로 떠나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에자나 마디나의 꽃(Bunga Ejana Madina)’이라는 도술을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다뚜 무성이 메카로 떠난 여행은 두 사람을 갈라 놓은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단단히 엮는 역할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만나 나누었던 대화와 눈길이 헤어져 있는 동안 서로의 마음 속에서 더욱 새록새록 되살아났던 것입니다.
아랍에서 새로운 학문과 도술을 배운 다뚜 무성이 다시 숨바와에 돌아왔을 떄 그의 마음은 마이파 데아빠티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이파 데아빠티는 병석에 몸져 누워 있었으므로 그는 메카에서 배워온 학문과 도술을 이용해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뚜 무성이 지극정성으로 마이파 데아빠티를 보살피면서 그녀를 향한 그의 마음이 넘쳐 흘러 그 애틋한 마음을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가 자신의 약혼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망알라사 왕자는 질투심을 불태우게 되지만 그가 앙심을 품고 네덜란드 군과 한 편이 되어 다뚜 무성을 죽이려 한 것은 분명 선을 넘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망알라사 왕자와 네덜란드 군은 뛰어난 도술을 익힌 다뚜 무성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숨바와 술탄국은 롬복 슬라빠랑 왕국과 대치하게 되고 망알라사 왕자와 마이파 데아빠티와의 혼약은 파기되고 맙니다.
용맹과 실력을 모두 검증받은 마뚜 무성은 마침내 숨바와의 술탄의 축복을 받아 마이파 데아빠티와 결혼하면서 전쟁사령관이란 직책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떠나온 고향 마카사르가 네덜란드 식민정부가 야기한 문제로 혼란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카사르의 고와 왕실의 원조요청을 받은 숨바와 술탄은 전쟁 사령관 다뚜 무성을 지휘관으로 한 군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다뚜 무성과 마이파 데아빠티는 함께 군대를 이끌고 마카사르에 도착했습니다. 쫓겨나왔던 고국에 힘을 보태기 위해 대장군이 되어 금의환향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화력을 등에 업은 네덜란드군과의 전투는 다뚜 무성에게도 힘에 부친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네달란드 군의 한 대위가 마이파 데아빠티에게 한 눈에 반해 그녀를 빼앗기 위해 더욱 격렬하게 다뚜 무성을 공격해 왔습니다. 다뚜 무성은 여러 번 위기에 몰렸지만 다뚜 무성은 전투도, 아내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숨바와 군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마이파 데아빠티는 자신이 네덜란드군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자신을 먼저 죽여달라고 다뚜 무성에게 부탁했습니다. 이미 전황이 크게 기운 상황에서 다뚜 무성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는 아내의 목에 칼을 찔러 넣었습니다. 그런 다음 다뚜 무성은 자신의 모든 능력과 도력을 개방해 네덜란드군에 맞서 싸우다가 죽음을 맞았습니다.
이 전설은 1764년 12월 숨바와 귀족 세 명을 중심으로 한 특사단이 마카사르를 방문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사절단 중엔 다뚜 무성이란 이름은 없지만 다뚜 부싱(Datu Busing)이란 인물이 비슷한 행적을 남겼습니다.
그들은 마카사르 로테르담 요새에 자리잡은 싱클라르 주지사가 이제 숨바와의 정권을 잡은 다뚜 자레위(Datu Jarewe) 대신 다뚜 딸리왕(Datu Taliwang)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 식민정부는 1795년 2월 9일 다뚜 자레위를 공식적인 숨바와의 지도자로 인정하면서 오히려 다뚜 딸리왕이 보낸 세 명의 특사를 체포하려 했습니다. 세 명 중 두 명은 순순히 항복했지만 다뚜 부싱만은 항전을 선택하고 마카사르에서 네덜란드 군을 맞아 한 달 가까이 버티다가 1965년 3월 4일 마침내 살해되고 맙니다. 숨바와의 한 귀족이 마카사르 한 가운데에서 네덜란드 군과 싸워 장렬히 전사한 이 사건이 마카사르 사람들 마음 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입니다.
출처:
https://sumbawakab.go.id/cerita-rakyat/13/kisah-percintaan-datu-musing-dan-mipa-deapati.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