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민속과 주술

눈물에 떠내려간 왕국

beautician 2022. 3. 29. 11:47

반뗀 민화 – 색체의 호수 떨라가 와르나(Telaga Warna) 전설

뿐작 소재 떨라가 와르나 호수

 

옛날 반뗀 지역에 국왕 쁘라부 수나르왈라야(Prabu Sunarwalaya)가 다스리는 꾸따땅그한 왕국(Kerajaan Kutatanggehan)이 있었습니다.

 

그는 전쟁을 통해 강성한 국가를 만들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기 때문일까요? 아름다운 왕비 뿌르바나마(Purbanamah)와 성대한 혼인식을 치르고서도 십년이 지나도록 아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엔 대가가 있다는 것을 왕은 아직 몰랐던 것입니다. 왕국을 위해 다른 나라와 싸우고 많은 이들이 죽었는데 그 혼자 행복하게 살 수 있을 리 없었던 것입니다.

 

왕의 고문들 중엔 왕과 왕비에게 고아를 양자로 들이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전쟁은 오래 전 끝났지만 당시 많은 병사들이 죽어 왕국엔 아직도 고아들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왕과 왕비는 양자를 들이는 것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핏줄을 타고난 아이를 갖는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조언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아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왕은 낙담한 왕비를 위로하며 좋다는 약초와 음식을 모두 먹어보고 심지어 두꾼을 불러 고대의 주문을 외우며 신령들의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 효과도 없었습니다.

 

“돌팔이들!”

왕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그는 심란한 마음을 다듬기 위해 한동안 혼자 휴양지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두꾼을 통하는 것보다 국왕인 그가 직접 신을 만나 부탁한다면 신이 그의 정성을 보고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시종들을 물리고 숲속의 한 동굴 속에서 명상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몇 주간 곡기를 끊고 매진한 끝에 점점 더 깊은 명상에 빠져들던 중 갑자기 왕은 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쁘라부여, 그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왜 이곳에 와서 명상을 하고 있는가?”

“저는 아이를 갖기 원합니다.”

왕이 명상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목소리가 다시 말했습니다.

“얼마든지 아이를 입양할 수 있지 않은가?”

”저는 제 아이를 갖고 싶습니다. 내 살과 내 피를 타고난 내 아이를 말입니다.”

“그래? 오직 그대의 피붙이를 원한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친자식이 양자보다 낫지 않습니까?”

간절한 마음에 왕은 눈물을 한 방울 떨궜습니다. 그러자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목소리가 다시 말했습니다.

“전쟁 중 적군과 아군이 그토록 많은 이들이 죽었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네가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 때문에 눈물 흘리는 것이냐?”

“자식을 낳으면 고귀하게 키우겠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눈물 흘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이 때문이라면 모든 백성들과 산천초목이 모두 눈물 흘리도록 할 것입니다! 그토록 간절히 원합니다.”

“원하는 바가 그렇다면 잘 알겠다. 이제 돌아가거라!”

명상에서 깨어난 왕은 자신이 들은 목소리를 기이하게 여겼습니다. 그는 신이 자신의 기도를 들은 것이라 생각하며 명상수행을 마치고 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고대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왕비가 회임한 것입니다. 왕국 전체가 그 소식에 기뻐했고 그 표시로 백성들이 많은 선물을 궁으로 보내왔습니다. 날이 차자 왕비는 딸을 낳았고 왕국 전체가 공주의 탄생을 축하하며 7일 밤낮으로 축제를 벌였습니다. 공주에게는 뿌뜨리 길랑 룩미니(Putri Gilang Rukmini)라는 이름이 붙었고 왕국의 굵직한 가문들이 공주의 탄생을 기념해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공주는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해 갔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면서 응석받이로 자란 공주는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해야만 속이 풀리는 이기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거슬리는 일이 있으면 쉽게 버럭 화를 냈고 시종들을 함부로 대했습니다. 행동도 거칠고 공주로서 입에 담지 않아야 할 험한 말을 쉽게 내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과 왕비는 공주의 모든 응성을 받아주었고 백성들도 그녀를 몹시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성년이 되면서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띄었습니다.

 

공주는 17살이 되자 왕국의 그 어떤 소녀도 공주의 미모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미모를 뽐냈습니다. 그녀의 생일이 다가오자 많은 가문들과 백성들이 금은 보석과 같은 값비싼 선물을 공주에게 바쳤습니다.

 

왕은 백성들이 공주에게 보내는 큰 사랑을 치하하며 선물로 들어온 보석들을 모아 금세공 장인에게 주어 그것으로 더 아름다운 장신구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세공장은 그것으로 품위가 넘쳐 흐르는 아름다운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목걸이는 금과 은으로 만든 정교한 나뭇잎 사이로 다양한 색상의 보석들이 열매들처럼 표현되어 달렸습니다. 왕국의 모든 백성들은 기쁜 마음으로 공주의 열 일곱 번째 생일에 그 아름다운 목걸이가 공주의 목에 걸리는 모습을 고대했습니다.

 

 

마침내 찾아온 공주의 생일날 수많은 사람들이 왕궁의 넓은 정원에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왕실 사람들이 사는 전각을 향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왕과 왕비, 그리고 모든 신료들이 전각에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뿌뜨리 길랑 룩미니 공주가 수십 명의 유모들과 함께 모습을 나타내자 큰 환호성이 일었습니다. 공주는 마치 선녀처럼 영롱한 아름다움이 빛났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매료되어 환호하는 것마저 잊고 말았습니다.

 

”꾸따땅그한 왕국의 선한 백성들이여! 공주의 열 일곱 번째 생일 축하행사에 앞서 뿌뜨리 길랑 룩미니 공주에게 내가 여러분들의 선물을 전달하겠다. 백성들이 큰 사랑이 선물과 함께 공주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왕의 목소리는 흥분에 겨워 있었습니다.

 

왕의 말에 백성들은 다시 환호하기 시작했습니다. 환호성이 잦아들자 왕은 아름다운 부조로 장식된 백단향 나무상자에서 세공장이 백성들이 보내준 보석으로 만든 목걸이를 꺼냈습니다.

 

“내 딸, 길랑 룩미니야. 이것은 너의 성년식을 맞아 온 백성들이 기뻐하며 보내준 선물이란다. 우리 백성들의 사랑이 담긴 이 목걸이를 받고 소중하게 사용하렴.” 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선물을 받는 공주는 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게 뭐에요? 형편없잖아요?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 누구도 공주가 부왕와 모든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목걸이를 내동댕이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며 목걸이가 부서지면서 보석들이 산지사방으로 튀었습니다. 그곳에 참석한 백성들은 그 장면을 보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고 궁전 정원은 적막에 휩쌓였습니다.

 

그 험악한 정적 속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왕비가 딸의 그런 행동에 기가 막혀 주저앉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백성들 중에서도 여자들이 먼저 왕비를 따라 울기 시작했고 곧이어 모든 사람들이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왕도 자기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눈물에 당황했습니다. 신료들도 울기 시작했고 그 울음은 통곡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공주도 당황해 어쩔 줄 몰랐습니다. 왕이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 눈에서 분수처럼 눈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건 정상이 아니었어요. 그 순간 왕은 자신이 오래 전 동굴 안에서 했던 말을 기억하며 겁이 덜컥 났습니다.

 

“아이 때문이라면 모든 백성들과 산천초목이 모두 눈물 흘리도록 할 것입니다!”

 

그의 맹세처럼 울기 시작한 것은 비단 사람들 만이 아니었습니다. 왕국의 대지도 눈물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바위 틈과 산비탈은 물론 사람들 발밑에서 뿜어져 나온 대지의 눈물은 눈깜짝할 사이에 차올랐습니다. 하지만 마치 홀린 듯 도망가는 사람들은 누구도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 계속 폭포처럼 눈물을 쏟아내며 울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눈물로 곧 사람들 머리 위까지 차올라 호수를 이루었고 그 물은 더욱 늘어나 꾸따땅그한 왕국 전체를 삼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왕국은 흔적도 없이 물 속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한참 시간이 흘러 수위가 낮아졌을 때 그곳에 더 이상 왕국도 백성들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그 물은 훨씬 줄어 산 속 작은 호수가 하나 남았을 뿐입니다. 서부 자바 뿐짝 지역 숲 속에 있는 떨라가 와르나(Telaga Warna) 호수가 바로 그것입니다.

 

떨라가 와르나는 구눙마스(gunung Mas)산의 차 농장 가까이에 있고 1972년 관광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 호수는 낮에 햇살이 비치면 여러 색으로 반짝이며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합니다. 사실 그 다양한 색체는 주변의 숲과 푸른 하늘, 구름들을 비친 것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그 호수의 다양한 색체가 뿌뜨리 길랑 룩미니 공주가 내던진 목걸이에서 부서져 흩어져 버린 보석들이 발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떨라가 와르나 아트 모음

 

출처:

https://dongengceritarakyat.com/cerita-rakyat-banten-dongeng-telaga-war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