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의료대란 속 병상 난 곳이 어딘지 알려줘야
립서비스 대마왕
인도네시아 신문 지면을 가득 채운 코로나 관련 기사들 중 한 축은 병상점유율에 대한 것입니다. 크게 다치거나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입원이나 치료가 가능하냐가 달린 문제죠. 보도에 따르면 7월 3일부터 강력한 이동제한조치를 시행한 결과 효과가 보이기 시작하며 자카르타 지역 병상점유율도 90%에서 80%대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그런 걸 보며 실소를 흘리게 되는 건 그게 실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환자를 안고 업고서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병상 점유율이 90%일 때나 80%일 때나 병상을 얻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그 남아있는 10-20%의 병상이 일반인들 손엔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겁니다.
설령 실제로 10-20%의 병상이 어딘가에 남아 있다 해도 그게 정상적인 이유로 비어있을 리 없습니다. 현재 활성환자 숫자는 60만 명에 육박하는 중인데 병상이 모자란다는 얘기, 의료체계가 무너진다는 얘기는 활성환자가 10만 영 전후이던 당시에 이미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0만 명을 간신히 떠받치던 병상이 지금 20만, 아니, 30만 개로 늘어났다 쳐도(관련 의료인력의 증가 여부는 일단 논외로 치고) 결국 나머지 30만 명의 활성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자가격리치료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중 대다수가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라 치고 단 5%만 중증이라 해도 1만5천 명이 산소통을 구하지 못해 가쁜 숨을 쉬고 있다는 뜻인 거고요.
그래서 병상점유율이 80%로 낮아졌다고 발표하는 현지 보건당국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알 수 없습니다. 병상이 20%씩이나 남아도니 니들이 알아서 찾아보라는 뜻일까요? 예전에 한국에서 마스크 남은 약국 찾아주는 앱처럼 병상 남은 병원을 찾아주는 앱이라도 만들어 국민들에게 내밀어야 할 텐데 말이죠.
오늘도 여전히 산소통과 산소발생기를 찾아 해메는 교민 확진자들과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병상 점유율 기사를 보니 얼마전 조코위 대통령을 '입 발린 소리 대마왕 (lip-service king)이라는 포스터를 SNS에 올렸던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I) 학생회 간부들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2021. 7. 23.